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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1.아픈 만큼 따뜻하게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81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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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371.아픈 만큼 따뜻하게


끝내 집사님은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애써 웃음으로 견디던 감정이 한 순간 터져 엉엉 울었다.
고만고만한 보따리 몇 개쯤 좁다란 마루에 쌓아놓고 무릎 맞대고 둘러앉아 드린 이사 예배. 주기도문으로 예배를 마치고 집사님 손 아무 말 없이 잡았을 때, 집사님은 잡은 손을 움켜쥐곤 방바닥에 쓰러져 둑 무너진 듯 울었다. 그렇게 울고 떠나면 안 좋다고, 옆에 분들 한참을 달랬지만 울음은 그칠 줄 몰랐다.
쓰리고 아린 세월. 잠시라도 약해지면 무너지고 만다는 걸 잘 알기에 덤덤히, 때로는 우왁스럽게 지켜온 지난날의 설움과 아픔이 막상 떠나는 시간이 되어선 밀물처럼 밀려들었던 것이다.
어린 아들 데리고 하루하루 고된 품을 팔아 끊어질 듯 이어 온 위태했던 삶, 질곡의 땅 질곡의 시간, 단강을 떠나는 것이다.
아무도 그 눈물 쉬 말릴 수 없었다. 신동희 집사님은 그렇게 부은 눈으로 단강을 떠났다.


다음날 주일 예배를 드리는 우리들 마음이 참으로 착잡했다. 가뜩이나 적은 교인인데 연초 안갑병 집사님에 이어 신집사님도 이사를 떠난 것이다. 유보미 집사님은 기도를 하며 남은 빈  자리를 잘 지키게 해달라고, 한 명이 떠났지만 열 명으로 채울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잘 견디자고, 이게 농촌교회가 져야 할 십자가라면 그냥 지자고, 어쩜 우린 더 어려워질 수도 있고 그렇더라도 낙망해선 안 된다고, 집사님의 이사 소식을 알리며 그런 얘길 덧붙였다. 내 자신에게 들려주듯,
예배를 드리며 자꾸 눈은 집사님 늘 앉던 그 자리에 함정 빠지듯 고꾸라지곤 했다.
봄철 따뜻한 볕에 흙둑이 후둑후둑 녹아내릴 듯 마음한 구석이 그렇게 무너지며 어렵게 한 주일은 갔다. 우린 점점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건지, 문득 두렵기도 했다.
새로 맞은 주일, 사순절 절기의 첫 주였던 그 날의 설교 제목은 ‘많은 중에 우린 조금만 남았지만’이었다. 많은 중에 우린 조금만 남았지만 갈 길과 할 일을 가르쳐 달라 했던 이스라엘의 다급함과 그 다급함 속에 숨겨져 있는 거짓됨을 아울러 생각했다.
그런데 그날 저녁, 생각지 못했던 두 분이 새로 교회에 나왔다. 끝정자에 살고 있는 김기봉, 최동해 부부. 두 분 역시 어려운 이웃이지만 그건 분명 하나님의 배려였다. 인도한 안갑순 속장님을 따라 나란히 옆에 앉으신 두 분. 바로 그 자린 떠난 집사님이 늘 앉던 그 자리 아닌가.
박수로 환영하는 우리들 마음이 한편 아팠고, 아픈 만큼 우린 더욱 힘차게 따뜻이 두 분을 맞았다.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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