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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단순한 삶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70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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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65. 단순한 삶


어둘녘, 인쇄소에서 소개해 준 지업사에 들렸다.
사방으로 켠켠이 종이가 쌓여있고, 종이 자르는 커다란 날을 가진 기계가 한 가운데 있었다.
주인 아저씨께 온 이유를 말했더니 한번 찾아보라 한다.
아내와 난 너저분히 널려 있는 종이 조각들을 헤치며 쓸만한 종이를 찾았다.
전지를 원하는 크기로 자르고 나면 한쪽 귀퉁이로 작은 조각들이 남게 마련인데,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바로 그 작은 종이들이었다.
주보 발송할 때, 주보를 두르는 띠를 얻기 위해서다.
300여부 발송하다 보니 잠깐 허리를 두르는 띠지만 작은 양은 아니었고, 성한 종이(?)를 잘라 쓸라니 아깝기도 했던 것이다.
한참을 종이 더미를 뒤져 우리는 쓸만 한 것들을 제법 많이 찾아낼 수 있었다. “얼마 드리면 돼죠?” 여쭸더니 “그냥 가져가세요. 어차피 필요 없는 건데요 뭐.”하신다.
참 기뻤다. 체법 쓸만 한 양을 구한 것이다.
“고맙습니다.”밝게 인사하고 나오는 우리를 아저씨는 멍하니 바라보신다. 휴지 조각을 주워가며 뭐가 좋은지 싱글벙글 하는 젊은 두 사람이 아저씨는 신기했나 보다.
어둠이 내리는 골목을 막차 타기 위해 급히 빠져 나오며 두 사람은 행복했다. 삶은 그렇게 단순한 거지 싶었다.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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