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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무너진 것은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88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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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35.무너진 것은


백수네 집이 헐렸다.
제법 많은 빚에 쫓기듯 집을 팔고 함께 살던 가족들이 나뉜, 한동안 비어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었던 집이 드디어 헐렸다.
가난과 싸워온 억척스런 땀이 밴 집이었지만, 거대한 괴물 포크레인 앞에는 맥도 못 추고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움푹움푹 가슴을 찍듯 몇 번 지붕을 찍고 특 벽을 미니 너무도 쉽게 무너지고 말았다.
담배 건조대도 마찬가지였다. 한 여름 연탄불을 피워담배잎을 말리던, 늘 땀으로 목욕하며 일하던 높다란 담배 건조대도 풀썩 포연같은 자욱한 먼지를 날리며 쉽게 쓰러졌다. 정복자처럼, 포크레인은 쓰러진 집터를 밟고 다니며 정지작업을 했다.
서울 사람이 집과 땅을 샀다.
조상이 남겨준 땅, 살아생전 건드리지 않겠다며 교회 진다고 밭 한뙤기 회필란 때는 황소 무쇠고집이더니 무슨 맘 어떻게 고쳐 먹었는지 서울부자 한테는 팔고 말았다.
1억이라든가, 가끔씩 검은 유리 고급 승용차를 타고 나타나는 그 사람은 낡은 집을 헐고 별장 삼아 좋은 집을 짓는단다.
땅도 새로 재어 한동안 논으로 부쳐오던 집 앞 땅까지 되찾아 빨간 말둑을 박아뒀다. 사실 백수네 집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집이다. 남의 땅에 집만 내 집인, 그러면서 남의 땅을 부쳐온 전형적인 소작농의 집이다.
더욱이 그 사랑채는 단강교회 예배당이 세워지기 전 예배를 드리던 첫 예배처 이기도 하다. 춘삼월 답지 않게 눈보라 몰아치던 첫예배 드리던 그날, 난 선언하듯 “지금 우리가 선 이 땅을 훗날 우리의 후손들은 거룩한 땅이라 부를 것입니다.” 했었는데, 웬걸 그 집은 어이없이 헐리고 서울 사람 좋은 집이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경치가 아름다운 마을에 아름다운 집이 들어서는 건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아니다. 절대 아니다. 세워지는 그 집은 마을 사람 집이 아니다.
함께 살던 이는 빚으로 떠나고, 돈 많은 서울 사람이 좋은 집을 짓다니 얼마나 어이없고 서글픈 일인가.
새벽부터 밤중까지, 노인까지 일하는 마을 사람이 돈을 벌어 집응ㄹ 짓는다면 열 번이고 백번이고 좋은 일이 아니겠냐만, 그건 꿈같은 얘기일 뿐, 현실은 정 반대다.
삶의 가치와 노동의 신성함을 비참하게 무너뜨리는 슬픈 현실. 웃이며, 몸이며, 온통 흙투성이 되어 어둠속 돌아올 때, 그들이 맞이할 ‘좋은 집’은 무슨 의미일지.
법 있고 돈 있다고 모든 게 가능한 건 아닐 텐데.
지나가다 독설 내뱉는 허리 굽은 할머니, 다리 난간에 물끄러미 앉아 허물어지는 집 멍 하니 바라보시는 할아버지, 신기한 듯 한쪽 구석 쪼그리고 앉아 구경하다 옴팍 먼지 뒤집어쓰곤 매운지 눈 비비며 자리를 피하는 어린 승호.
무너진 건 한 채 백수네 집만이 아니었다.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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