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1513. 개구리 요란하게 우는 밤에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48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

□한희철1513. 개구리 요란하게 우는 밤에

 

소리에게  

내내 마음에 있었던 생각을 오늘에야 네게 꺼내 놓는다. 이만큼 시간이 지나갔다는 것이 한편 마음을 편하게 하기도 하고, 초등학교 4학년, 어리면 어리지만 그래도 마음의 얘기를 나눌 만큼 네가 자랐다고도 생각하기 때문이다. 

네가 아직 기억하고 있을지 모르겠다만 지난해 가을, 교회에서 음악회를 연 일이 있었지. 단강초등학교 어린이들을 위한 음악회였지만 학교에 강당이 따로 없어 예배당에서 음악회를 열었지. 

바이올린. 첼로. 트럼펫. 성악등 단강에선 접할 수 없었던 좋은 음악을 눈앞에서 보고 듣는 시간이었지. 

음악을 듣는 너희들의 눈망울이 얼마나 초롱초롱 빛나던지, 밤하늘의 별들이 너희들의 눈을 통해 음악을 듣는구나 싶을 정도로 맑게 빛났었지. 

순서 중에 있었던 피아노 연주를 기억하니? 원주 시내에 사는 초등학교 5학년 어린이가 연주한 피아노를 말이다. 쇼팽곡을 연주했는 데 눈을 감고 들으니 어린이가 친다고는 느껴지지 않을 만큼 자연스럽기가 그지없었지. 슬며시 눈을 뜨고 너희들 표정을 바라보던 아 빠는 문득 네 모습을 보는 순간 열어붙듯 아찔했단다.

눈이 따라 갈 수 없을 만큼 연주하는 두손이 건반 위를 달라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너는 이내 고개를 떨구고 책을 보기 시작했지. 잠깐의 모습이었지만 아빠는 왠지 아찔했단다. 너의 그런 모습이 쉽지 않았단다. 

 

그날 밤 아빠는 모임이 있어 하루를 나가서 자게 되었단다. 늦은 밤 전화가 와서 받으니 엄마였단다. 밖에 나간 내게 엄마가 전화하는 일은 드문 일이어서 무슨 일이 있나, 걱정스런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단다. 

엄마의 얘기는 뜻밖이었지. 그 늦은 시간에 무슨 이유인지 네가 대성통곡을 하며 울고 있다는 얘기였단다. 

특별한 이유없이 울어대는 너를 보다 못한 엄마가 내게 전화를 했던 것이란다. 결국 너는 아빠 전화도 받지 않았지. 전화를 끊고는 한동안 마음이 흔들렸단다. 아프기도 했고 허전하기도 했고 괜히 미안하기도 했단다. 너무 어린 나이에 큰 아픔을 겪게 했다는 미안함이 컸단다. 

낮에 있었던 음악회, 네가 아무 이유 없이 울음을 터뜨리고 그 울음을 참지 못한 것은, 아빠 생각으론 그것밖엔 더 떠오르는 게 없었단다. 고개를 떨구던 네 모습이 선명하게 되살아왔단다. 문화적인 충격이 네게 그토록 큰 것이었겠지. 같은 연배이면서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마주한 그 ‘거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알 수가 없었던 것이었겠지. 

‘쟤는 누구고 나는 누구인가?’ 그 까마득한 거리감에 너는 울고 또 것이겠지. 

가을에서 겨울로, 겨울에서 봄으로, 봄에서 초여름으로 접어드니 계절도 몇 번 바뀌었구나. 그동안 네 마음은 어떻게 정리가 되었는지.

 

소리야.

오늘 아빠가 네게 하고 싶은 얘기는 아파하고 울 때 아빠 또한 마음 아팠다는 얘기와, 또 하나는 누군가의 훌륭한 모습을 볼때 가꺼이 박수를 쳐줄수 있는 아이로 네가 자랐으면 좋겠다는 얘기란다. 

한 사람이 모든 일을 잘 할 수는 없지. 너는 너대로 네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들이 있잖니. 다른 사람의 훌륭한 점을 인정하고 축하해 주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는 않지만 그런 태도는 훌륭한 태도란다. 

그렇게 서로의 훌륭한 점을 진심으로 인정하고 축하해 줄 수 있을 때 우리 사는 세상이 아름다워지는 거란다. 

소리야, 아빠는 하나님이 지으신 자연 속에서 맑은 마음으로 자라는 네 모습을 정말로 사랑한단다. 그리고 하나님께 감사한단다.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지 말고 사랑하고 인정하고 마음으로 세상을 보렴. 당장은 아니겠지만 언젠가는 네 답장이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아니 네가 살아가는 모습 그 자체가 하나의 답장이었음 좋겠구나. 

개구리 요란하게 우는 밤에, 아빠가.

(얘기마을1997)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10965 한희철 766.따뜻한 사랑이 스러지는 생명을 일으키고 한희철 2002-01-02 4349
10964 한희철 1363. 정월 대보름 풍습 한희철 2002-01-02 4349
10963 한희철 393.지도 한희철 2002-01-02 4349
10962 한희철 1158. 은총의 밤 한희철 2002-01-02 4349
10961 한희철 834.코카콜라가 맛있다고? 한희철 2002-01-02 4349
10960 한희철 1030. 괜한걸 뻔한걸 한희철 2002-01-02 4349
10959 한희철 1099. 하나님께 맡긴 삶 한희철 2002-01-02 4349
10958 한희철 1286. 천둥번개 한희철 2002-01-02 4349
10957 한희철 691.먼 길 한희철 2002-01-02 4348
10956 한희철 1061. 그 무모함 한희철 2002-01-02 4348
10955 한희철 1454. 나는 3등! 한희철 2002-01-02 4348
» 한희철 1513. 개구리 요란하게 우는 밤에 한희철 2002-01-02 4348
10953 한희철 747.봄(6) 한희철 2002-01-02 4348
10952 한희철 1121. 실감 나는 얘기 한희철 2002-01-02 4348
10951 한희철 864.가을 볕 한희철 2002-01-02 4348
10950 한희철 1299. 이상옥 집사님 한희철 2002-01-02 4348
10949 한희철 548.저놈은 지금 한희철 2002-01-02 4348
10948 한희철 1303. 빈대콩 한희철 2002-01-02 4348
10947 한희철 137.목마름 한희철 2002-01-02 4348
10946 한희철 602.벼 한희철 2002-01-02 4348
10945 한희철 1532. 낫 한자루 한희철 2002-01-02 4348
10944 한희철 1143. 독버섯 한희철 2002-01-02 4348
10943 한희철 1157. 햅쌀 한희철 2002-01-02 4348
10942 한희철 451.옛 전우 한희철 2002-01-02 4348
10941 한희철 904.물방아 한희철 2002-01-02 4348
10940 한희철 1341. 작은 도움 한희철 2002-01-02 4348
10939 한희철 530.소심함과 완고함 한희철 2002-01-02 4348
10938 한희철 501.토엽과 천엽 한희철 2002-01-02 4348
10937 한희철 1786. 강가의 철새들 한희철 2002-01-11 4348
10936 한희철 198.새벽 뒷산 한희철 2002-01-02 4347
10935 한희철 83.아쉬운 것 한희철 2002-01-02 4347
10934 한희철 276.이상한 병 한희철 2002-01-02 4347
10933 한희철 725.은총의 빛 한희철 2002-01-02 4347
10932 한희철 1268. 농사꾼의 고백 한희철 2002-01-02 4347
10931 한희철 529.언제쯤 무슨 이유로 한희철 2002-01-02 4347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