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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0. 풀을 응원하다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469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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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260. 풀을 응원하다 

 

밭에 무성하게 자라오른 망초대를 모두 잘라냈다. 일손만 넉넉하다면 잘라내기 보단 뽑아 냈어야 할 풀들을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다. 

엔진으로 돌아가는 카터를 등에 메고 선아 아빠가 수고를 했다. 콩을 심은 뒤에 곧바로 약을 뿌렸다. 소위 ‘풀 태워 죽이는 약’과 ‘풀 안나게 하는 약’을 반반씩 섞어 고랑을 따라 뿌렸다. 

이 또한 꺼림직한 일이나 별수가 없었다. 풀들은 이내 누렇게 벌겋게 타 죽었다. 약은 정말 무섭고도 독한 것이었다. 

콩을 심고 며칠이 지나도록 시간이 날 때면 콩밭에 나와 새를 지킨다. 막 싹이 돋는 콩을 사정없이 파먹어대니 안 지킬수가 없다. 

콩밭을 지키며 콩밭을 오가다 보니 죽지 않고 파랗게 살아있는 풀들이 보인다. 그 독한 약 세례에도 죽지 않고 살아 있었던 것이었다. 풀을 보는 순간, 반가웠다. 

생각해 보면 죽지 않고 밭에 살아남은 잡초가 뭐가 반가우랴만, 무작정 반가운게 사실이었다. 그래 끝까지 살아남거라. 

잡초라도 좋으나 인간이 아무리 독한 약을 만들어 낸다 해도 인간의 한계를 조롱하듯 살아나라. 군데군데 살아남은 풀을 손으로 뽑으면서도 마음은 풀을 응원하고 있었다. (얘기마을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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