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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 버팀목 하나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45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

□한희철1111. 주워온 나무토막

 

서재 한쪽편 책장옆엔 녹차와 커피를 비롯한 이런저런 찻감들과 찻잔들이 놓여있다.

찻잔을 올려놓은 받침대는 굵다란 소나무 한 토막이다. 강원도 주천 하고도 한참 더 골짜기로 들어간 곳에서 자라던 순 우리 재래종 소나무의 한 토막이다. 물결 번지듯 퍼져 있는 나이테 무늬가 가득 박힌 나이테로만 보아도 나무 나이가 만만치 않게 보이는 토막이다. 작지만 나무토막 위에 찻잔을 놓으니 서로가 어울려 보기가 좋다. 차란 자연의 은총을 생각하며 마시는 거라는데 그런 면에서 자연스레 어울린다.

그 나무 토막이 이곳에 오기까지는 간단한 사연이 있다. 언젠가 모임이 있어 서곡교회에 간 적이 있는데, 모임이 끝나고 서곡교회 조 동원 목사와 선배 한석진 목사가 뭔가 일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제법 굵고 넓다란 나무 판자의 한쪽면을 톱으로 잘라내는 일이었다.

한우리교회의 석진형이 교회를 개척할 때 형의 친구되는 분이 혹 도움이 되면 쓰라고 굵다란 소나무들을 제법 전한 모양이다. 깊은 산골짝에서 벌목하며 일부러 챙겨둔 흔치 않은 재목이었다.

그 소나무를 켜서 제단은 물론 제단 의자며 탁자등을 만들었는데 보기가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굵은 소나무로 만들어진 제단의 강대 상은 바라보기도 편안하고, 그만한 연륜이 배인 말씀을 기대하게도 만들어 공장에서 만든 강대상하곤 영 격이 다르다.

그 일을 지방의 몇몇 교역자들이 나서 함께 도왔는데. 서곡에 있는 그 나무는 그때 하나를 얻어 둔 것이었다.

나무의 한쪽 면이 삐죽삐죽하고 날카롭게 되어 있어 필요 없는 한쪽면을 잘라 버리는 일이었다. 미끈하고 통통하고 넙적하게 잘생긴 나무 토막안 남고, 한쪽이 삐죽삐죽 못생긴 한 토막이 톱에 잘려 떨어져 나왔다.

“그거 뭐 할거유?”

잘려져 버려진 토막에 대해 물었더니 그걸 뭐하겠냐고, 불땔 때 땔감으로나 쓰든지 하겠다고 한다. 그걸 가져가도 되겠냐고 하자. 그게 뭣에 쓸데가 있겠냐며 오히려 좋은 것을 못 줘 미안 해 하는 눈치다.

비록 못쓰는 부분으로 잘려진 작은 토막이지만 그래도 굵은 나이테가 선명하게 가득 박힌 나무를 그렇게 버리는 게 아까워, 웬지 나무 한테 미안하기도 해 그냥 가지고 왔다.

무얼 할까 하다가 찻잔을 몇 개 올려놓았더니 그런대로 보기가 좋았다. 한마디로 쓸모없이 버려진 나무토막을 주워온 것인데, 그 나무토막은 한 시골 목사의 서재 찻잔 받침이 되어 은은한 소나무 향을 보태 주고 있다.

궁색하다고 핀잔할지 모르지만, 내 삶이 결국 그랬으면 한다.

누가 보아도 좋고 잘생긴 것들이 아니라 못생기고 잘려진 쓸모없는 것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 아주 쓸모없지만은 않다는 확인.

찻잔 받침으로 어울리는 저 못 생기고 잘려진 나무토막처럼! (얘기마을1994)

 

□한희철1112. 버팀목 하나

 

끝정자 새댁 아줌마는 요즘 잠을 못 이룹니다. 더위 때문이 아닙니다. 다 기울어진 집 자다가 집이 무너지는건 아닐까 싶은 걱정 때 문입니다. 며칠은 한쪽 구석 쭈그리고 앉아 밤을 새우다가, 요즘은 태우 아빠 출장 간 틈에 태우네서 잠을 잡니다.
어떻게든 우리는 힘을 모아 기울어진 집을 바로 세우려 합니다. 오늘 우리가 드리는 정성과 정성들은 다 기울어진 새댁 아주머니네 집에, 그렇게 위태하게 기울어진 이 땅에 하나의 버팀목을 괴는 일입니다.
작지만 살아있는 버팀목을 괴는 일입니다.
(얘기마을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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