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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걸레로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1161 추천 수 0 2003.03.03 13: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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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3 하나님의 걸레로!

  기독교 잡지인 <빛과 소금>의 기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원고를 청탁한다는 전화였다. 한국에 있을 때야 이렇게 저렇게 적잖은 원고를 쓰며 지냈지만, 독일에 와서 원고청탁을 받는 일은 낯선 일이었다. '내 인생의 스승'에 대해 글을 써줄 수 있겠냐고 했다. 소위 '나의 멘토'에 대한 글 요청이었다.
  멀리서 어렵게 한 전화가 반갑기도 했고, 글의 주제가 내 삶을 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될 것도 같아 쓰겠다고 했다.
  며칠 시간을 보내며 틈틈이 부탁 받은 원고에 대해 생각을 했다. 어떤 분을 써야할까, 어떤 분이 내 삶의 진정한 스승일까,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러다 생각한 것이 두 가지였다. 한 분은 이현주 목사님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단강 사람들'이었다. 흙과 함께 살아가는 단강 사람들을 통해 배운 것이 내겐 컸기 때문이었다.
원고 마감 날짜가 다가왔고, 이젠 마음에 생각했던 것을 글로 써야할 시간이 되었다. 책상에 앉아 생각하다가 이현주 목사님을 쓰기로 했다. 그분과의 만남과 그분이 준 영향 등을 마음으로 정리하며 어떤 말로 시작할까 고민을 할 때, 문득 생각 하나가 지나갔다.
내가 내 인생의 스승으로 이현주 목사님을 쓰면 그것을 <빛과 소금>이 받아 줄 수 있을까 싶었다. 그 동안 몇 번 비슷한 경험을 했던 지라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보수적인 입장에 선 교계의 언론매체에서는 자신들과 성향이 다른 글이나 사람을 언급하는데 굉장히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일이 그렇게 되는 것은 나도 원치 않는 일이지만, 자칫 원고를 부탁한 기자를 어렵게 만들 수도 있겠다 싶었다.
'어리석은 이야기를 한다'며 담당기자에게 메일을 보냈다. 내가 염려하는 바를 밝히며 편하게 의견을 주면 나도 편하게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이내 답장이 왔다.

『목사님 메일 잘 받았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해도 될는지요. 저는 이곳 편집부에서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 얼마간 제 생각에 많은 것들이 자리잡기 시작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러한 일입니다. 신앙이 있어 넉넉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신앙이 있어 더 가난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필자들 역시 그러하고, 저희가 만날 수 있는 취재원 역시 그러하고, 목사님처럼 영향 끼친 사람 하나 소개하기도 그러합니다.
목사님께 글을 부탁드려 놓고 이현주 목사님을 생각지 않았다면 되려 그것이 문제이겠지요. 이현주 목사님이 지금 국내에서, 또는 교계에서 어떤 분으로 자리 매김하고 이야기되든 목사님 개인에게 끼친 영향에 집중하여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이현주 목사님의 어떤 삶이, 그 다양한 세계와 사상의 깊이의 어떠함이 목사님께 영향을 끼쳤는지 궁금합니다.
메일 보내 주셔서 감사드리고, 이렇게 조금씩 <빛과 소금>의 품이 넓어지기를 어리석은 저는 기대해 봅니다. 배려해 주신 점, 다시 고맙습니다. 좋은 원고 기다리겠습니다.』

  참 좋은 기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메일을 받고는 '하나님의 걸레로!'라는 제목으로 편하게 원고를 쓸 수가 있었다.

『"대사님, 어느 산에서 오십니까?"
언젠가 버스를 탔더니 한 아주머니가 조심스레 다가와 그렇게 인사를 건네더라고, 한 모임에서 강연을 하던 그분이 말한 적이 있다. 이야기를 듣던 우리는 웃음보를 터트리고 말았다.
그렇다. 그분은 충분히 그렇게 보인다. 숱이 적은 머리는 일부러 머리를 민 듯도 하고, 적당히 늘어진 수염은 '도'를 생각나게 한다. 입고 있는 옷과 신발은 더욱 그렇다. 최소한의 것을 편안하게 걸친 생활한복에 하얀 고무신, 생각의 가능성은 그만큼 좁을 수밖에 없다.
그런 선입견은 단지 외모에서만 비롯되는 것이 아니어서, 때때로 그분은 삶 자체를 오해받기도 한다. 그분 안에 자유롭게 흐르는 사유의 폭과 진리에 대한 정직한 몰두를, 소위 경건한 자들이 불편하게 여길 때가 있다. 그러나 나는 그분만큼 주님을 사랑하는 자도 드물다고 생각한다. 그분만큼 주님 앞에 참되게 서려고 하는 이를 잘 알지 못한다. 그분이 익숙한 곳을 떠나 멀리 가는 것은, 묵묵히 낯선 곳을 향하는 것은 온갖 편견과 속좁음에서 벗어나 그만큼 주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며, 그 주님의 사랑을 모든 이와 나누기 위함이란 것을 나는 안다. (하나님은 '세상'을 사랑하셨다)
그분을 만난 것은 글을 통해서였다. 특별히 동화와 성구단상이었다. 동화가 삶의 진실을 담을 수 있는 참 좋은 그릇임을 나는 그분의 동화를 읽으며 알게 되었다. '가슴의 멍'은 우리의 고통을 하나님이 어떻게 받으시는 지 말하고 있었고, 최근에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린 '미운 돌멩이'는 우리가 어떻게 삶을 긍정할 수 있는지를 나직하게 들려주고 있었다. "목사님의 동화가 어린이들에게 어렵지 않느냐?"고 물었고 "그게 내 한계"라는 흔쾌한 대답을 들었을 때, 나는 그분과 그분의 동화를 더욱 신뢰하게 되었다.
그분이 쓴 성구단상을 대할 때면 말씀 앞에 알몸으로 선 한 인간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그 성경읽기가 작은 시골교회를 섬길 무렵 매일 새벽제단을 찾은 단 한 명의 교우와 말씀을 나눈 시간이 근거가 되었다는 뜻밖의 이야기를 나는 지금도 소중하게 기억하고 있다.
행여 그분께 누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러우면서도 내가 내 마음의 스승으로 그분을 떠올리는 것은, 그분의 글도 크지만 사실은 그분의 삶 때문이다. 아깝게 세상을 뜬 임길택 선생이 있다. 어린이를 참 사랑했던 초등학교 교사로, 따뜻한 동시와 동화를 남긴 분이다. 한 번은 어디 들를 곳이 있는데 같이 갈 수 있겠느냐 하여 차로 모신 적이 있는데, 가보니 병을 얻어 요양 중이던 임선생이었다. 야윈 몸을 다 훑는 듯한 기침을 계속하는 임선생은 한 눈에 보기에도 병이 깊어, 이미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잠시 전화를 걸 일이 있어 밖으로 나왔다가 방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선뜻 그분들께로 다가갈 수가 없었다. 두 분 내외는 무릎을 꿇고 앉아 임선생을
감싸안고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가장 낮고 느리고 고통스럽고 그러면서도 한없이 편안한 기도였다. 삶이든 죽음이든 모두를 은총으로 받아들이게 해달라는 절절한 기도 앞에 나는 발걸음을 옮길 수가 없었다. 절망의 기침을 하며 죽음으로 기우는 한 영혼을 눈물겨운 사랑으로 감싸안고 기도하는 모습 속엔 나환자의 손을 잡는 주님의 모습이 담겨 있었고, 그것은 거룩함이었다.
더 낮고 고통스러운 자리를 향한 부르심이라 여겨 생각지도 않았던 독일행을 결정했을 때, 통해서 이야기를 들었다시며 두 내외분은 먼길을 찾아와 주셨다. 떠남을 준비하며 찾아뵙고 인사를 드린 분이 몇 분 있지만, 찾아와 주신 분은 없었다. 따뜻한 밥 한끼를 사고 싶다 하여 식당에서 뵙게 되었는데, 만나자마자 그분은 내게 물었다.
"희철아, 기도 많이 하고 결정했지?"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교회와 인간의 어두운 면을 낯선 땅에서 아픔으로 대면하며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힘들 때마다 나도 모르게 그분이 던진 질문이 떠오르곤 한다. 그 질문은 '기도하고 결정한 일이라면 기쁨으로 섬기라'는 가르침이 된다.
올해 초 수첩을 하나 장만하며 수첩 앞에 뭔가 글 하나를 쓰고 싶었다. 생각하다가 짧은 글 하나를 썼다. "하나님의 걸레로!" 내가 더러워지는 만큼 교회가 깨끗해진다면 기꺼이 감내해야지 하는 마음이었는데, 사실 '하나님의 걸레'라는 고백은 두 내외분의 고백이었다. 이제는 직함과 이름까지 버리고 그저 '이아무개'와 그분의 인생의 벗으로 살아가는 두 분, 두 분의 삶을 고마움과 소중함으로 마음 깊이 간직한다.』 (200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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