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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0.정직한 손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69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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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760. 정직한 손


얼마 전 군청에서 병철씨를 불렀습니다. 병철씨가 지난겨울 논 몇 마지기를 사들였는데 젊은 사람이 땅을 샀다고 그 경위를 알아본다는 것이었습니다.
땅 투기를 막자는 의도였는지 모르지만 성실히 살아가는 병철씨와는 거리가 먼 일이었습니다.
마침 마을길을 포장하는 날, 반장이라는 바쁜 일을 제쳐두고 병철씨는 군청을 다녀와야 했습니다. 군청을 다녀온 병철씨는 그 사람들 실없는 사람들이라고 실소를 했습니다. 괜히 바쁜 사람 일만 못하게 했다고 짐짓 투덜대는 것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병철씨가 군청에 들어가자 당당직원이 병철씨 손을 보고선 기겁을 하고 놀라며 더는 묻지도 않고 됐으니 그냥 가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옛날 태어났으면 큰 장검을 쉽게 휘둘렀을 법한 커다막 한 손이 나무 등걸처럼 갈라졌고, 갈라진 틈마다 온통 흙물이 베고, 그보단 양손 가득 베어난 누런 군살들, 그 손을 본 다음에야 땅 산 근거를 다시 물을 이유가 없었던 것입니다.
더 없이 투박하고 거친, 천상 농부의 손인 병철씨의 손, 그 손은 쉬운 이윤을 쫓는 그런 부정직한 손하곤 전혀 다른 손이었고, 그 손의 정직함을 알아본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은근히 반가웠습니다.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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