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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2.제비집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97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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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472.제비집


지붕 아래에 제비가 집을지었습니다. 며칠 제비 울음 가깝더니 하루 이틀 흙을 물어ㅇ기 시작했습니다. 붉은 벽돌 중 조금 튀어나온 부분을 용케 피해 집 자리를 잡았습니다.
언제 부부의 연을 맺었는지 두 마리의 제비는 보기에도 정겹게 가지런히 집을 지었습니다.
진흙을 물어오기도 하고 지푸라기를 물어오기도 하며 제비는 하루가 다르게 한 낮과 저녁이 다르게 집을 지었습니다.
전깃줄에 새까맣게 앉곤 했던 어릴 적과는 달리 해마다 수가 줄어드는 제비가 내가 사는 집을 찾아 집을 짓다니 반갑기도 하고 고맙기도 해 유심히 집 짓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언제 어디서 배웠는지 며칠 사이로 봉긋 솟은 모양의 제 집을 제비는 훌륭하게 지었습니다.

지나가던 승학이 엄마가 제비집을 보더니 농사 걱정을 합니다. 제비집 모양이 멍석 짠듯 고르고 예쁜 해는 농사가 잘 되지만 지푸라기들이  튀어나오고 울퉁불퉁 겉모양이 거친 해에는 논밭에 잡초가 우거져 농사를 그르치게 된다는 것입니다. 농사가 제비집 모양을 따른다는 어릴 적 친정아버지께 들었던 이야기를 제비집을 보면서 되살린 것입니다.
사는 집에 처음으로 진 제비집이 하필 거친 집일까, 승학이 엄마 얘기에 아쉽기도 하지만 관례란 예외가 있는 법. 내 집에 든 제비가 알 잘 낳고 새끼 잘 치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나저나 시간이 될 때면 제비집 마주 보며 아이들에게 흥부 놀부 이야기나 재미있게 들려 줘야겠습니다.(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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