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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297.찬비에 젖는 농부의 마음
또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올해 농사가 여간 짓궂지 않겠다고 걱정을 합니다. 이렇게 정월에 많은 비가 내리면 곡식이 한창 익어갈 때인 칠월에도 비가 많이 온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창 곡식이 익어갈 때인 그 무렵, 필요한 건 곡식을 더욱 실하게 익힐 햇볕인데, 비는 그나마 익은 곡식을 쓰러드리기도 하고, 쓰러뜨린 곡식을 썩게도 싹나게도 만드는 것입니다. 쓰러진 곡식을 바라보는 농부의 마음마저 짓무르게 만드는 것입니다.
올해는 또 무엇을 심어야 하나 막막하기만 한데 그 막막한 마음 위로 정월의 찬비는 무심히 내립니다.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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