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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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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412. 족발과 할머니들
근 일년여를 지평에 나가 있다 들어온 안갑순 속장님이 작실 언니네 집에 올라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작실로 올라갔다.
집을 ‘부자집’으로 부른다. 아랫작실서 윗작실로 오르다 오른편으로 있는 고택, 사람들은 흔히 그 잘 지은 한옥이 돌보지를 않아 여기저기 주저앉고 무너져 있는 집이다.
그 큰집에서 안속장님의 언니 안경순 할머니가 혼자 살고 계시다.
“계세요? 계세요?” 몇 번을 불러서야 방안에서 인기척이 났다. 두 노인네가 나란이 누워 잠을 자던 중이었다.
“어유, 목사님이 웬일이세유?” 먼저 깬 안경순 할머니가 무릎으로 기어 오시며 당신도 모르게 합장을 하며 인사를 했다.
안 속장님이 나중에 깨어 나오는데 역시 무릎으로 기어서 나오셨다. 언니 동생이라 하지만 상노인네 두 분이, 그것도 병약한 두 사람이 누구 의지할 사람 없이 그렇게 지내고 있었다.
기둥과 대들보가 여간이 아닌, 정말 잘 지은 집 마루에 앉아 두 분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눴다. “사방 풀을 못 뽑아 집안 구석이 호랑이 나오게 됐다”는 탄식대로 집 구석 구석은 잡초로 무성했고, 맞은편 사랑채 지붕 위에도 풀들이 제법 자라 마치 머리를 풀어헤친 여인처럼 느껴졌다.
저녁해 그림자가 깔려들도록 이야기를 나눴다. 안경순 할머니는 아픈 몸으로 미싯가루를 타오기도 했다.
“그래두 오랫만에 말동무가 있어 한참 이야기를 했드니 한결 머리가 개운하네유.”
그렇게 얘기하며 안속장님은 모처럼 미소지었지만 눈가엔 얼핏 눈물이 지났다. 얼마나 외로운 시간을 ‘견디고’ 있는지를 충분히 헤아릴 수 있었다.
내려오자마자 수원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다음날 단강에 오시기로 했는데, 오실때 족발을 만들어 오실 수 있을까 해서였다. 작실에서 얘기를 나눌 때 안속장님이 족발 얘기를 했었다. 괜히 족발이 먹고 싶어 할아버지께 얘기했더니 만원인가를 꾸어 가지고 족발을 사러 갔다는 얘기였다.
어머니는 족발 요리를 맛있게 잘하신다. 시장에서 사 오는 족이 먹을만 할까 싶기도 했고. 만원돈으로 족만 사면 누가 요리를 할까싶기도했다.
다음날 어머니는 족발을 맛있게 요리해 가지고 오셨다. 어머니를 모시고 작실로 올라가 늦은 점심상을 대하고 있는 두 분께 전해 드렸다.
“이게 웬 - ?”
한동안 두 분은 말씀을 못하셨다. 눈물만큼 아픈 외로움을 조금이라도 덮어 드린 일이 되었으면..... (얘기마을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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