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
2054 발을 씻는 십자가
박형기 집사님 가족과 함께 쾰른을 다녀왔다. 여름을 맞아 쾰른 지역에서 열리는 성경캠프가 있었는데, 지이, 현우와 함께 규영이가 참석하기로 했다.
쾰른은 독일에 와서 처음으로 가는 곳이었다. 프랑크푸르트로부터 200여 km, 곳곳에 공사구간까지 있어 결코 가깝게 느껴지질 않았다. 문득 이형권 집사님 가족이 생각났다. 그 동안 이 먼 곳에서 예배에 참석을 했던 것이구나. 매 주일 아침마다 이런 번거로운 고생을 했던 것이구나 싶은 생각이 안쓰러움과 고마움으로 찾아왔다.
쾰른의 지이 이모 집에서 점심을 먹고 잠시 쾰른 성당에 들렀다. 진작부터 찾고 싶었던 곳, 그러나 수많은 인파가 북적이는 그곳에서 뭔가를 조용히 생각하고 그 생각을 정리하는 일은 불가능해 보였다. 시간도 넉넉하질 않아 대충 한 번 둘러보고 빠져나와야 했다.
캠프장으로 떠나기 전, 잠깐 장을 볼 게 있다하여 길가에 차를 세우고 기다리다 보니 바로 길 건너편에 안틱을 파는 가게가 있었다. 잠깐 구경을 하기로 했다.
고만고만한 온갖 잡동사니 물건들로 가득한 가게였다. 값비싼 물건보다는 어느 집이건 구석진 창고를 정리하면 쏟아져 나올 법한 손때 묻은 물건들이었는데, 오히려 정겨웠다.
구경하러 갔던 그 곳에서 생각지도 않은 물건 두 가지를 샀다. 하나는 동으로 만든 다리미인데, 구조가 재미있었다. 뒤쪽에 있는 뚜껑을 열면 그 속에 다리미 밑판 모양으로 생긴 돌멩이가 들어있다. 아마도 그 돌멩이를 데워 다림질을 했던 것 같다. 생긴 모양도 작고 귀엽게 생겼는데 값도 10 euro, 생각보다 쌌다.
다른 하나는 십자가였다. 손안에 들어올 만한 크기의 십자가인데 십자가 안에 새겨져 있는 그림이 인상적이었다. 다름 아니라 예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는 그림이었다. 고 작은 십자가 안에도 발을 씻어주는 장면이 제대로 형상화되어 잘 담겨 있었다.
제자들의 발을 씻어준 일은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보여주신 또 하나의 십자가라고 생각해 왔던 내게는 너무나도 반가운 십자가였다. 십자가 안에 세족식을 하는 모습을 담을 생각을 했다니, 누군가 마음이 통하는 이를 낯선 곳에서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마음에 드는 십자가는 18 euro, 생각보다 비쌌다. 십자가만 살까 하다가 다리미까지 같이 샀다. 나중에 아쉬움으로 남느니 호사를 부리기로 했다. 인우재에 있는 우리의 옛 다리미인 숯불 다리미 곁에 두면 좋은 짝이 될 것 같았다.
우연한 보물을 얻어 마음은 큰 부자가 된 듯 싶었다. (2002.9.9)
|
|
|
|
|
|
|
|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
|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