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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1. 울 안 밤도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41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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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301. 울 안 밤도

 

“울 안에 있는 밤두 악발라야 주워유.”

유난스레 밤이 많았던 지난해만큼은 아니지만 올해도 그럭저럭 밤이 열렸습니다. 예전만 해도 밤나무마다 주인이 따로 있어 감히 남 의 밤나무에 가까이 하는 일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요즘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갈수록 농촌에 사람이 줄어들고 그나마 남아 있는 사람조차 바쁜 일손에 쫓겨 밤에 신경쓸 시간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차를 타고 들어와 밤을 줍기도 하고 따기도 합니다. 

떨어져 썩든 말든, 다람쥐가 겨울 양식으로 물어가든 말든 그냥 내버려 둬야 하고, 그래도 줏으려면 혹 주인이 있나 허락을 받고 그것도 아니면 동네 사람에게라도 양해를 구해야 할텐데 그런 절차 없이 밤을 줍고 밤을 줍느라 곡식 익어가는 밭을 뭉개기도 하는 것은 그만큼 시대가 달라진 탓입니다. 

밤 주우러 온 외지인들이 어찌나 들쑤시고 다니는지 울 안의 밤도 악발라야 줏을 수 있다고 동네 한 할머니가 그러셨습니다. 길가에  떨어진 밤 줍는거야 뭐랄 일도 아니지만 나무에 올라가 마구 털기도 하고 그렇게 욕심이 생기다 보니 남의 울 안의 밤까지 손이 가게 되었습니다. 

밤을 줍는 것은 생각만 해도 즐거운 일입니다. 그러나 그만한 삶의 여유와 낭만을 누리기 위해선 서로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리가 있어야 함을, 울안 밤 이야기를 하며 허허 웃고 마는 할머니 웃음 끝 묻어나는 아쉬움을 통해 확인합니다. (얘기마을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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