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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7. 큰 비 오던날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408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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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287. 큰 비 오던날

 

새벽 예배를 드릴 때만 해도 빗줄기가 간밤에 비해 한결 수그러들어 마음을 놓았는데, 아침나절 강물은 생각 외로 불어나 있었다.

넓은 강가 밭을 어느샌지 다 덮은 물은 내친김이라는듯 신작로까지를 넘보고 있었다. 신작로의 다리 윗부분을 찰랑찰랑대며 남은 높이를 재고 있었다. 강가 밭둑에 서 있던 높다란 미류나무들이 물에 잠겨 작은 뽕나무처럼 보였다. 그런데도 비는 점점 굵기가 더해 가고 있었다. 

도로가 제일 먼저 잠기는 부분이 매래 산모퉁이, 가보니 벌써 도로 위로 물이 넘고 있었다. 얼른 학교에 들러 사정 얘기를 했고 매래쪽 길이 끊기면 집에 못 가게 되는 조귀농 아이들이 서둘러 학교를 나섰다.

면 출장소 앞 김영수씨네 담배밭에서는 내리 쏟아붓는 장대비 속에서도 담배를 따느라 정신들이 없었다. 점점 차 올라오는 강물, 애 써 농사지은 담배밭이 고스란히 물에 잠겨드는 순간이었고, 한 잎이라도 더 건지려고 바삐 고랑 사이를 오가는 손길들이 안스러웠다.

정말 커다랗게 잘도 자란 담배잎들, 그러나 물은 금방 한 도랑을 타고 넘었고, 밭은 그만큼씩 줄어들고 있었다. 그중 좋은 잎새로 손이 먼저 가지만 그래도 남는 잎들이 너무 좋았고 많았다. 

쉼 없이 흘러내리는 빗물 속에서 어느샌지 눈물이 글썽거렸다. 비에 파묻히듯 비를 맞으며 그래도 마지막까지 바쁘게 손을 움직이는 고마운 사람들, 일은 오래가지 않았다.

물이 차오를 대로 차오른데다가 더 이상은 담배를 말릴 공간이 없었다. 또한 젖은 것을 한꺼번에 많이 말렸다간 모두가 썩고 마는 것을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는 터였다.

과자 공장을 하는 재성이네로 오니 벌써 짐을 옮기고 있었다. 그새 불어난 강물은 신작로를 훌쩍 넘어 재성이네 집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튀겨 놓은 과자도 많았고 쌓아놓은 옥수수와 쌀자루도 많았다. 동네 사람들이 거반 다 모여 잠시 후 물에 잠길지도 모르는 과자와 재료들을 날랐다.

트랙터, 트럭, 경운기등 가져올 만한 것들을 모두 가져와 양껏 짐을 싣고 일단 지대가 높은 곳으로 짐을 옮겼다.

생각하다 예배당 반을 비우기로 했다. 과자를 옮길만한 공간이 마을에 따로 없었다. 의자를 한쪽으로 몰아 놓고 과자를 쌓기 시작했다. 승학이, 정희등 학교에서 일찍 돌아온 중학생들도 과자 나르는 것을 같이 도왔다.

 동네 사람들이 다 나와 불어난 물 끝에 서서 물의 흐름을 살폈다. 당장 불어난 물도 물이었지만 아직 도착도 안 했다는 태풍 소식이 마음에 더 걸렸다. 벌써부터 온 동네가 전화불통인데다 양쪽 길마저 모두 끊긴 상황인데 태풍마저 닥친다니, 어디 마음을 놓을수가 없었다.

불어난 물에 잠긴 논에서는 거짓처럼, 장난처럼 물고기들이 뛰었다. 익어가던 벼가 잠긴 논으로 투망을 던지고 그물을 놓아 팔뚝만 한 잉어를 건져 올리기도 했다.

커다란 고기를 잡아 올릴 때마다 “와-!” 함성을 지르며 모두를 들떴지만 안다. 그 마음이 무엇인지를.

그렇게라도, 그런 순간만이라도 어이없는 현실을 잊고 싶은 것이었다. 고기에 눈이 어두워 남 속 모르는 외지인이 덩달아 논 속으로 그물을 던졌다면 몰매를 맞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다 글렀네.” “망했네.”

 

곳곳에서 탄식들이 터져 나왔다. 당근에 이어 가을 작물 마저도 아무 소용없게 되었으니, 탄식들이 절로 절로 터져 나오고 있었고, 그런 탄식까지가 여전히 그칠 줄 모르는 비에 젖고 또 젖고 있었다. (얘기마을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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