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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9. 생명의 금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481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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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259. 생명의 금 

 

콩을 심고선 아침저녁으로 새를 쫓는다. 

어느날 저녁 콩밭에서 새를 쫓다가 막 고개를 내밀고 있는 한 무더기 콩싹 앞에 앉았다. 

세상 구경을 어서 하고 싶은 듯 콩들은 다투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막 고개를 내밀고 있는 한무더기 콩싹 앞에 그야말로 똥 누는 자 세로 앉아 콩싹을 들여다 본다. 

툭룩 땅에 금을 내고 서너 개는 이미 고개를 내민 채였고, 금이 간 사이로 막 고개를 치켜 들고 있는 싹도 얼핏 보였다. 

금이 어떻게 가나, 땅이 어떻게 움직이나, 어린 싹이 어떻게 고개를 드는가를 쪼그리고 앉아 보기로 했다. 

자라나는 생명의 한 찰라를 볼 수 있을까. 어느새 산그늘을 따라 땅거미가 깔려 들고, 발이 저려 왔다 그러도록 앉아 내깐에는 끈기있게 싹이 돋아나는 모습을 지켜 보았지만 끝내 땅은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래도 분명 다음날 아침이면 쑥 자라 있을 터면서도 굳어 자라는 모습을 보여주진 않았다. 

유연하고 연연한 생명의 흐름을 어떻게 정지된 한순간으로 확인할 수있겠냐는 듯, 

생명은 그게 아니잖냐는 듯 콩 싹 사이로 터진 금은 발이 저리도록 늘지도 움직이지도 않았다. 그러면서도 끝내 자라 열매를 맺는 온갖 곡식들 거룩했다! (얘기마을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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