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나사 돌리기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1194 추천 수 0 2003.03.17 12:15:25
.........

2055 나사 돌리기

 

사택 화장실 문 아래쪽엔 직사각형으로 된 작은 환풍구가 달려있는데, 어느 날 환풍구에 먼지가 잔뜩 껴있는 것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빗살처럼 나란히 박혀있는 나무막대 칸마다 뽀얀 먼지가 귀지처럼 앉아있었다.
환풍구에 껴있는 먼지, '상처 입은 치유자'란 말이 있는 것처럼 역설적으로 다가왔다. 걸러내는 일을 하다보면 걸러내는 스스로에겐 걸러낼 수 없는 것이 쌓일 수 있는 법, 그 모순과 아픔이 또 다른 사랑일 것이다. 환풍구가 깨끗해야 환풍이 제대로 될 것 아니겠는가 싶어 먼지를 털어 내기로 했다. 쭈그리고 앉아 일을 하기가 어려웠다. 제대로 먼지를 털어 내기 위해서는 환풍구를 뜯어야 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몇 개의 나사를 풀어야 했다. 드라이버를 찾아와 나사를 빼내기 시작했는데, 그 중 나사 한 개가 빠지지 않았다. 어중간하게 빠져 나온 뒤부터는 제자리를 맴돌았다. 드라이버를 돌려도 헛돌기만 했다. 나사머리에 파여 있는 홈이 닳아 드라이버에 제대로 물리지를 않았다.
억지로 잡아 뺄까 하다가 다시 한 번 해보았다. 이번엔 손에 조금 힘을 주어 나사를 돌렸다. 나사를 빼내기 위해 드라이버를 돌리는 것이지만, 거꾸로 나사를 박는 것처럼 안으로 힘을 주며 나사를 돌렸더니 그제야 조금씩 나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힘은 안으로 주고 있었지만 나사는 밖으로 빠져 나오기 시작했다.
안으로 힘을 주어야 밖으로 빠져 나오는 나사. 때로는 반작용이 작용을 가능하게 하는 법이다. 닳지 말아야 할 것이 닳고, 헐거워지지 말아야 할 것이 헐거워져 더는 소용이 없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익숙하고 당연한 것을 벗어난 반작용이 필요할 때가 있다. 예상 밖의 접근이나 태도가 움직이지 않는 마음을 움직이는 유일한 길이 될 때가 있다.야단보다도 칭찬이, 매보다도 인정이, 외면보다는 포옹이, 나그네의 옷을 벗긴 것은 바람이 아니라 햇빛이었다.
그러나 그것 또한 지나치면 소용이 없는 법, 지나치게 힘이 들어가면 나사는 결국 이상하게 박힐 수밖에 없다. 이쪽으로 돌면서도 저쪽으로 박힐 수밖에 없다. 아무리 좋은 배려라 하여도 지나치면 어색하게 마음을 닫아걸게 할뿐이다.
화장실의 환풍구, 조심스레 나사를 돌려 빼며 마음을 돌아본다 (2002.9.16)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784 한희철 뿌리를 내리지 못한다면 한희철 2003-03-17 837
» 한희철 나사 돌리기 한희철 2003-03-17 1194
2782 이현주 고구마 이현주 2003-03-17 870
2781 이현주 단소를 잃어버리고 이현주 2003-03-17 932
2780 이현주 흐린것은 하늘이 아니다 이현주 2003-03-17 1277
2779 이현주 반듯한 진실 이현주 2003-03-14 997
2778 이현주 가난한 사람 이현주 2003-03-14 1022
2777 이현주 약속 이현주 2003-03-14 901
2776 이현주 먹을 간다 이현주 2003-03-14 897
2775 한희철 발을 씻는 십자가 한희철 2003-03-14 1097
2774 한희철 일과 놀이 한희철 2003-03-14 841
2773 한희철 목사와 경호원 한희철 2003-03-14 1300
2772 한희철 연합작전-금식기도 [1] 한희철 2003-03-11 1058
2771 한희철 2050. 카니발을 타며 한희철 2003-03-11 1013
2770 한희철 해피 앤드 한희철 2003-03-11 1111
2769 이현주 오늘 점심상에는 이현주 2003-03-11 752
2768 이현주 하늘꽃 이현주 2003-03-11 967
2767 이현주 낙엽도 나무마다 지는 때가 있다 이현주 2003-03-11 887
2766 이현주 나는 그 벌레 이름을 모른다 이현주 2003-03-07 915
2765 이현주 내 중심에 선생님이 계시고 이현주 2003-03-07 1044
2764 한희철 우린 결혼했단 말이에요 한희철 2003-03-07 1231
2763 한희철 사랑이는 좋겠다 한희철 2003-03-07 918
2762 한희철 끝내 사랑할 수 있을지 한희철 2003-03-05 941
2761 한희철 준규의 응원 한희철 2003-03-05 1111
2760 이현주 종소리 [1] 이현주 2003-03-05 959
2759 이현주 시간문제 이현주 2003-03-05 940
2758 이현주 꽃과 이름 [1] 이현주 2003-03-03 956
2757 이현주 향기로운 밤 이현주 2003-03-03 980
2756 한희철 하나님의 걸레로 한희철 2003-03-03 1166
2755 한희철 거름을 꿈꾸소서 한희철 2003-02-28 1236
2754 이현주 포도나무 이현주 2003-02-28 1024
2753 이현주 산수유꽃 이현주 2003-02-28 999
2752 이현주 순리와 역리 [1] 이현주 2003-02-26 1166
2751 홍승표 [심호택] 20년 후 홍승표 2003-02-26 2546
2750 홍승표 [박호민] 민들레 홍승표 2003-02-26 1916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150 세종시 보람1길12 호려울마을2단지 201동 1608호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