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외국에서 산다는 것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952 추천 수 0 2003.04.01 11:53:21
.........

2067 외국에서 산다는 것

 

외국에 산다는 것의 어려움 중의 하나는 분명 언어 문제일 것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 것처럼 답답하고 힘든 일도 드물 것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서로를 어색하게 홀로 세우는 일, 서로를 낯설게 만드는 일이다.
낯선 나라에 오면 낯선 세계에 떨어진 듯 바깥 출입자체가 망설여진다. 꼭 필요한 물건을 사러 가게에 가는 일조차 쉽지가 않다.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갈 일이 생기면 마음은 긴장부터 된다. 누가 내게 말을 걸어올 리야 없는 일이지만 생각지 않았던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야말로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관청을 드나드는 일은 아직 꿈도 못 꿀 일이어서 천상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낯선 나라에 발붙여 살기 위해선 모든 일을 일일이 다시 시작해야 한다. 발을 내딛는 일부터가 쉽지 않은 일이어서 낯선 땅에 살아도 된다는 암묵적인 동의를 얻기까지 해야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도 일이지만 나라마다 독특한 법과 제도와 문화가 있어 그 자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는 일도 빠뜨릴 수 없는 일이다.
그러는 중에도 시간은 흘러 사는 곳 주변의 길을 알게 되는 만큼 바깥출입의 행동반경도 넓어지게 된다. 물건을 사는 방법도 조금씩 익숙해져 누군가의 전적인 도움을 받는 데서부터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한다. 여러 번의 실수를 거치는 대가를 치르지만 굳이 말을 하지 않고도 물건을 사는 방법과 계산하는 요령을 익히게 된다.
한 두 마디 말을 알아듣고, 그러다가 따라하고, 그러면서 조금씩 말문이 트이기 시작한다. 여전히 두꺼운 벽을 실감하지만 그래도 마음이 조금씩 편해지기 시작한다. 아직 어린 아이들은 어른보다 말을 배우는 것이 빨라 어설프지만 아이들이 부모에게 도움을 주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자기들보다 말을 잘 못하는 부모를 아이들이 은근히 무시하기 시작하면 대견하면서도 비애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시간이 약이라고 세월이 지나가면서 어느새 말도 입에 배어 그런대로 의사 소통이 가능해진다. 길도 물어보고, 병원에도 가고, 은행 일도 보고, 처음 와서 말 때문에 고생하던 때가 언제였는가 싶게 생활이 익숙해진다.
그래도 끝내 마음에 남는 벽이 있다. 세월로는 넘을 수 없는 벽이다. 언어는 통하지만 마음을 나눌 수 없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마음 깊은 곳 감정을 나눌 수 없는 벽은 여전히 남게 된다. 결국은 살아가는 세월의 길이와는 상관없이 넘을 수 없는 벽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 외국에서의 나그네 삶인 것이다. (2002.12.9)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820 한희철 우리는 무엇을 걸었는가 한희철 2003-04-14 834
2819 한희철 뿔 대신 소를 잡다 한희철 2003-04-10 1215
2818 이현주 죽은 나무 [1] 이현주 2003-04-10 1067
2817 이현주 그렇겠구나 이현주 2003-04-10 902
2816 이현주 유자차를 마신다 이현주 2003-04-08 838
2815 이현주 오! [1] 이현주 2003-04-08 844
2814 한희철 우리는 모르는 만큼 말한다 한희철 2003-04-08 1034
2813 한희철 낡은 구두 한희철 2003-04-08 1056
2812 한희철 없을 때 못하면 있어도 못한다 한희철 2003-04-04 858
2811 한희철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일 때 한희철 2003-04-04 1157
2810 한희철 가장 좋은 공부 한희철 2003-04-04 1034
2809 이현주 내 경험보다 [2] 이현주 2003-04-04 856
2808 이현주 이현주 2003-04-04 889
2807 이현주 벌 나비 문답 계속 이현주 2003-04-01 835
2806 이현주 벌 나비 문답 이현주 2003-04-01 815
2805 이현주 그대 문밖에 서서 이현주 2003-04-01 888
2804 한희철 비우는 것이 먼저다 한희철 2003-04-01 956
» 한희철 외국에서 산다는 것 한희철 2003-04-01 952
2802 한희철 받지 못한 것을 줄 수 없다 한희철 2003-03-29 890
2801 한희철 당신 덕분에 여기까지 왔어요 한희철 2003-03-29 1082
2800 한희철 님이여, 그 숲을 떠나지 마오 한희철 2003-03-29 1253
2799 이현주 밤이 있는 까닭은 이현주 2003-03-29 916
2798 이현주 밥사발 뚜껑이 깨어졌다. 이현주 2003-03-29 918
2797 이현주 한발짝 이현주 2003-03-29 883
2796 이현주 신기한 물건 이현주 2003-03-25 1130
2795 이현주 방귀소리가 너무 커서 이현주 2003-03-25 1037
2794 한희철 나무에게 배우다 한희철 2003-03-25 970
2793 한희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한희철 2003-03-25 1262
2792 한희철 씨앗의 마음 한희철 2003-03-22 910
2791 한희철 안간힘 한희철 2003-03-22 773
2790 이현주 얼음도 물은 물이지만 이현주 2003-03-22 933
2789 이현주 걸레만큼만 이현주 2003-03-22 1204
2788 이현주 모자가 나뭇가지에 걸려 이현주 2003-03-20 726
2787 한희철 기초 한희철 2003-03-20 1083
2786 한희철 반창고를 붙이신 하나님 한희철 2003-03-20 1188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