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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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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7 외국에서 산다는 것
외국에 산다는 것의 어려움 중의 하나는 분명 언어 문제일 것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 것처럼 답답하고 힘든 일도 드물 것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서로를 어색하게 홀로 세우는 일, 서로를 낯설게 만드는 일이다.
낯선 나라에 오면 낯선 세계에 떨어진 듯 바깥 출입자체가 망설여진다. 꼭 필요한 물건을 사러 가게에 가는 일조차 쉽지가 않다.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갈 일이 생기면 마음은 긴장부터 된다. 누가 내게 말을 걸어올 리야 없는 일이지만 생각지 않았던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야말로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관청을 드나드는 일은 아직 꿈도 못 꿀 일이어서 천상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낯선 나라에 발붙여 살기 위해선 모든 일을 일일이 다시 시작해야 한다. 발을 내딛는 일부터가 쉽지 않은 일이어서 낯선 땅에 살아도 된다는 암묵적인 동의를 얻기까지 해야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도 일이지만 나라마다 독특한 법과 제도와 문화가 있어 그 자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는 일도 빠뜨릴 수 없는 일이다.
그러는 중에도 시간은 흘러 사는 곳 주변의 길을 알게 되는 만큼 바깥출입의 행동반경도 넓어지게 된다. 물건을 사는 방법도 조금씩 익숙해져 누군가의 전적인 도움을 받는 데서부터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한다. 여러 번의 실수를 거치는 대가를 치르지만 굳이 말을 하지 않고도 물건을 사는 방법과 계산하는 요령을 익히게 된다.
한 두 마디 말을 알아듣고, 그러다가 따라하고, 그러면서 조금씩 말문이 트이기 시작한다. 여전히 두꺼운 벽을 실감하지만 그래도 마음이 조금씩 편해지기 시작한다. 아직 어린 아이들은 어른보다 말을 배우는 것이 빨라 어설프지만 아이들이 부모에게 도움을 주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자기들보다 말을 잘 못하는 부모를 아이들이 은근히 무시하기 시작하면 대견하면서도 비애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시간이 약이라고 세월이 지나가면서 어느새 말도 입에 배어 그런대로 의사 소통이 가능해진다. 길도 물어보고, 병원에도 가고, 은행 일도 보고, 처음 와서 말 때문에 고생하던 때가 언제였는가 싶게 생활이 익숙해진다.
그래도 끝내 마음에 남는 벽이 있다. 세월로는 넘을 수 없는 벽이다. 언어는 통하지만 마음을 나눌 수 없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마음 깊은 곳 감정을 나눌 수 없는 벽은 여전히 남게 된다. 결국은 살아가는 세월의 길이와는 상관없이 넘을 수 없는 벽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 외국에서의 나그네 삶인 것이다. (200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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