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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5<하루기도/생활성서>121
무차별 사랑
오늘 목욕탕에서 아무데나 침 뱉는 중늙은이를 보았습니다.
첫눈에 꼴불견이었어요.
그런데 유달리 제 눈길 닿는 곳마다 그가 나타나서는
침 뱉는 것 말고도 눈에 거슬리는 짓을 골라서 하는 겁니다.
뭐라고 한 마디 해 주고 싶었지만
귀찮기도 하고 겁도 나고 그래서 못 본 척 했지요.
지금도 그 맹꽁이처럼 불쑥 나온 배와
깎지 않은 턱수염의 그 심술궂은 얼굴이 눈에 선합니다.
그런데요, 집에 와서 책을 읽자니,
노르위치의 줄리안이 이런 말을 하고 있네요.
"하느님의 사랑은 그리스도와 보잘것없는 사람을 구별하지 않는다."
아, 그렇다면 오늘 당신은,
저와 그 중늙은이를 무차별로 사랑하셨다는 것 아닙니까?
예, 과연, 그랬군요.
배불뚝이가 저한테 침을 뱉거나 말거나
욕탕 물은 그의 몸을 따뜻하게 감싸 주고 있었습니다!
제가 아직 갈 길이 멀고 또 멀었네요.
부끄럽고 죄송합니다.
주님, 용서해주십시오. ⓒ이현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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