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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8 술래는 어디 갔을까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1316 추천 수 0 2004.11.16 19:5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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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생각을 하면 그것이 불과 3,40년 전의 일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참으로 가난한 시절을 보냈습니다. 텔레비전은 고사하고 라디오도 드물었던 시절이었지요. 라디오가 드물었으니 게임기나 컴퓨터는 상상할 수도 없는 시절이었고요. 그저 학교가 끝나면 들로 산으로 달려나가 하루의 시간을 보내곤 했던, 흑백 사진처럼 단순하고 밋밋한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그 시절은 그 시절대로 재미가 있었고 넉넉하기도 했습니다. 텔레비전이나 게임기 혹은 컴퓨터처럼 각자를 집안에 붙들어 매둘 것이 없었던 만큼, 우리는 때마다 밖으로 달려나와 한데 어울리고는 했습니다.
요즘의 아이들이 노는 것과 옛적의 아이들이 노는 것이 달랐습니다. 지금의 아이들이 제각기 혼자서 노는 것에 비해 옛적의 아이들은 다같이 어울렸지요. 대개는 온 동네 아이들이 다같이 모여 다함께 신나는 시간을 보내고는 했습니다.
어릴 적 동네에서 즐겨했던 술래잡기라는 놀이만 해도 그렇습니다. 아무런 도구도 없이 누구라도 얼마든지 어울릴 수 있는 놀이였습니다. 가위 바위 보로 술래를 정하고 술래가 전봇대나 나무에 얼굴을 대고 두 눈을 감은 뒤 일정한 숫자를 세는 동안 나머지 친구들은 모두 숨어버립니다. 나무 뒤, 변소 속, 담벼락 뒤, 항아리 뒤…, 숨는 곳도 제각각이어서 여간해서는 눈에 띄지 않는 장소가 제법이었습니다. 자기 그림자까지를 거둬들여 숨어있는 곳에 술래가 가까이 다가오면 콩닥콩닥 가슴은 사정없이 뛰고는 했지요.
때로는 세상에서 사라진 듯 너무 깊숙이 숨어버려 술래가 끝내 나를 찾지 못한 채 날이 저물 때도 있었습니다. 어서 나를 찾아줘야 밖으로 나갈 텐데, 오히려 술래가 나를 찾지 못해 내가 애를 태울 때가 있었지요.

술래는 어디 갔을까 /어디로 갔길래 날 찾지 않을까
수수깡 속에 혼자 숨어/ 날은 저물고
하나 둘 밤하늘엔/ 별이 돋는데

술래가 무섭다고 들어간 건 아닐까/ 풀벌레 발끝에서 울고
나도 그만 벌레 따라 울고 싶은데/ 같이 놀던 친구들은 어디에 있을까

술래는 어디 갔을까/ 어디로 갔길래 날 찾지 않을까

어른이 된 지금은 누구도 술래잡기 놀이를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꽁꽁 숨어있는 나를 누군가 찾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엔 변함이 없습니다. 누군가 내 삶을 주목해서 바라보아 주기를, 숨은 내 이름을 누군가 큰 소리로 불러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저마다 간절합니다. 때로는 내가 술래가 되어 꽁꽁 숨어있는 친구들의 이름을 크게 불러줄 일입니다. 2004.6.6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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