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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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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사이에 딱지를 두 개나 떼었다. 주차 딱지 말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교회의 젊은 교우들과 함께 테니스를 친다. 같이 땀흘리며 운동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소중하고도 즐겁다. 나 자신을 위한 운동도 하고, 모처럼 젊은 교우들을 편하게 만나는 시간이 되어 주기도 한다.
테니스 모임이 있던 날 저녁, 마침 테니스장 바로 앞에 있는 마을에서 마을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마을로 들어오는 길을 모두 막아놓고 축제가 벌어져 온 동네가 시끌벅적했다.
할 수 없이 차를 마을입구 도로 한 쪽 편에 세워놓고 걸어서 테니스장으로 갔고, 운동을 마치고 늦은 시간 나오니 웬걸, 유리창 앞에 딱지가 붙어 있었다.
축제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고, 축제의 분위기 상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는 일 아닌가 싶었지만 어쩔 건가, 딱지는 붙어있는 걸.
늦은 시간 집으로 돌아오니 집 주변의 주차장에 빈자리가 없었다. 차를 제대로 세우려면 한참을 밖으로 나가 세워야 했는데, 운동 끝에 몸은 무겁고 늦은 시간이기도 해서 집 앞에 차를 세웠다. 허용된 주차 공간 바로 뒤에 붙은 곳으로 차가 지나다니는데는 아무 불편이 없는 자리였고 아침 일찍 차를 옮기면 되리라는 마음에서 편하게 차를 세웠다.
다음날 아침 규영이가 학교로 갈 시간에 차를 옮기려 나갔는데, 아뿔싸, 차 유리창 앞에 또 딱지가 붙어있었다. 아찔했다. 이놈의 딱지! 부지런도 하지, 도대체 언제 다녀간 거야?
차를 빼러 나올 때 아내는 아이들 도시락으로 김밥을 싸고 있었고 싸고 있던 김밥 두 개를 손으로 집어먹자 아내 왈, "두 개를 한꺼번에 먹어요?" 하더니 용하기도 하지, 정말 두 개를 한꺼번에 먹고 말았다. 김밥보다 더한 딱지를.
한국에서 10여 년 운전을 하면서도 딱지와는 거리가 멀었는데 이번엔 하룻밤 사이에 두 장, 독일에 와서 얼마나 살았다고 딱지 수가 늘어나고 있다.
은근히 화가 났지만 생각해 보면 화낼 일이 아니었다. 결국은 내가 잘못을 한 것이다. 누구를 탓할 것이 없었다. 그만큼 엄격한 준법정신을 요구하는 곳이 이곳 독일이었고, 그런 것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비싼 수업료를 내면서 편함과 위법을 함부로 바꿔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배우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성인군자인 양 마음을 정리하지만, 마음 속으론 어쩔 수 없이 욕이 지난다.
'이놈의 독일!' 2004.7.11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일주일에 한 번씩 교회의 젊은 교우들과 함께 테니스를 친다. 같이 땀흘리며 운동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소중하고도 즐겁다. 나 자신을 위한 운동도 하고, 모처럼 젊은 교우들을 편하게 만나는 시간이 되어 주기도 한다.
테니스 모임이 있던 날 저녁, 마침 테니스장 바로 앞에 있는 마을에서 마을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마을로 들어오는 길을 모두 막아놓고 축제가 벌어져 온 동네가 시끌벅적했다.
할 수 없이 차를 마을입구 도로 한 쪽 편에 세워놓고 걸어서 테니스장으로 갔고, 운동을 마치고 늦은 시간 나오니 웬걸, 유리창 앞에 딱지가 붙어 있었다.
축제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고, 축제의 분위기 상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는 일 아닌가 싶었지만 어쩔 건가, 딱지는 붙어있는 걸.
늦은 시간 집으로 돌아오니 집 주변의 주차장에 빈자리가 없었다. 차를 제대로 세우려면 한참을 밖으로 나가 세워야 했는데, 운동 끝에 몸은 무겁고 늦은 시간이기도 해서 집 앞에 차를 세웠다. 허용된 주차 공간 바로 뒤에 붙은 곳으로 차가 지나다니는데는 아무 불편이 없는 자리였고 아침 일찍 차를 옮기면 되리라는 마음에서 편하게 차를 세웠다.
다음날 아침 규영이가 학교로 갈 시간에 차를 옮기려 나갔는데, 아뿔싸, 차 유리창 앞에 또 딱지가 붙어있었다. 아찔했다. 이놈의 딱지! 부지런도 하지, 도대체 언제 다녀간 거야?
차를 빼러 나올 때 아내는 아이들 도시락으로 김밥을 싸고 있었고 싸고 있던 김밥 두 개를 손으로 집어먹자 아내 왈, "두 개를 한꺼번에 먹어요?" 하더니 용하기도 하지, 정말 두 개를 한꺼번에 먹고 말았다. 김밥보다 더한 딱지를.
한국에서 10여 년 운전을 하면서도 딱지와는 거리가 멀었는데 이번엔 하룻밤 사이에 두 장, 독일에 와서 얼마나 살았다고 딱지 수가 늘어나고 있다.
은근히 화가 났지만 생각해 보면 화낼 일이 아니었다. 결국은 내가 잘못을 한 것이다. 누구를 탓할 것이 없었다. 그만큼 엄격한 준법정신을 요구하는 곳이 이곳 독일이었고, 그런 것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비싼 수업료를 내면서 편함과 위법을 함부로 바꿔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배우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성인군자인 양 마음을 정리하지만, 마음 속으론 어쩔 수 없이 욕이 지난다.
'이놈의 독일!' 2004.7.11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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