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2141 딱지 두 장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1313 추천 수 0 2004.11.16 20:01:52
.........
하룻밤 사이에 딱지를 두 개나 떼었다. 주차 딱지 말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교회의 젊은 교우들과 함께 테니스를 친다. 같이 땀흘리며 운동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소중하고도 즐겁다. 나 자신을 위한 운동도 하고, 모처럼 젊은 교우들을 편하게 만나는 시간이 되어 주기도 한다.
테니스 모임이 있던 날 저녁, 마침 테니스장 바로 앞에 있는 마을에서 마을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마을로 들어오는 길을 모두 막아놓고 축제가 벌어져 온 동네가 시끌벅적했다.
할 수 없이 차를 마을입구 도로 한 쪽 편에 세워놓고 걸어서 테니스장으로 갔고, 운동을 마치고 늦은 시간 나오니 웬걸, 유리창 앞에 딱지가 붙어 있었다.
축제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고, 축제의 분위기 상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는 일 아닌가 싶었지만 어쩔 건가, 딱지는 붙어있는 걸.
늦은 시간 집으로 돌아오니 집 주변의 주차장에 빈자리가 없었다. 차를 제대로 세우려면 한참을 밖으로 나가 세워야 했는데, 운동 끝에 몸은 무겁고 늦은 시간이기도 해서 집 앞에 차를 세웠다. 허용된 주차 공간 바로 뒤에 붙은 곳으로 차가 지나다니는데는 아무 불편이 없는 자리였고 아침 일찍 차를 옮기면 되리라는 마음에서 편하게 차를 세웠다.
다음날 아침 규영이가 학교로 갈 시간에 차를 옮기려 나갔는데, 아뿔싸, 차 유리창 앞에 또 딱지가 붙어있었다. 아찔했다. 이놈의 딱지! 부지런도 하지, 도대체 언제 다녀간 거야?
차를 빼러 나올 때 아내는 아이들 도시락으로 김밥을 싸고 있었고 싸고 있던 김밥 두 개를 손으로 집어먹자 아내 왈, "두 개를 한꺼번에 먹어요?" 하더니 용하기도 하지, 정말 두 개를 한꺼번에 먹고 말았다. 김밥보다 더한 딱지를.
한국에서 10여 년 운전을 하면서도 딱지와는 거리가 멀었는데 이번엔 하룻밤 사이에 두 장, 독일에 와서 얼마나 살았다고 딱지 수가 늘어나고 있다.
은근히 화가 났지만 생각해 보면 화낼 일이 아니었다. 결국은 내가 잘못을 한 것이다. 누구를 탓할 것이 없었다. 그만큼 엄격한 준법정신을 요구하는 곳이 이곳 독일이었고, 그런 것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비싼 수업료를 내면서 편함과 위법을 함부로 바꿔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배우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성인군자인 양 마음을 정리하지만, 마음 속으론 어쩔 수 없이 욕이 지난다.
'이놈의 독일!'  2004.7.11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660 김남준 터놓고 지내는 사이? 김남준 2004-12-03 2047
3659 김남준 자녀의 영혼을 보라 김남준 2004-12-03 2082
3658 김남준 누구를 의지하나 김남준 2004-12-03 1991
3657 김남준 두 가지 실수 김남준 2004-11-29 2049
3656 김남준 갈등이 소명인가? 김남준 2004-11-28 2019
3655 김남준 아, 죽은 사람들! [1] 김남준 2004-11-28 1979
3654 김남준 영혼은 안녕하십니까? 김남준 2004-11-28 2102
3653 김남준 교회가 피묻은 복음을 소유하는 대신 김남준 2004-11-28 2043
3652 김남준 조국 교회에 필요한 것 김남준 2004-11-28 2000
3651 김남준 그 사랑 잊지 말라 김남준 2004-11-28 2003
3650 한희철 2151 오늘 우리 삶이 힘겹다 할지라도 한희철 2004-11-26 1467
3649 한희철 2150 어떤 하루 한희철 2004-11-26 1405
3648 한희철 2149 호랑이보다 무서운 손님 한희철 2004-11-26 1494
3647 한희철 2148 언어는 존재의 집 한희철 2004-11-23 1565
3646 한희철 2147 오늘은 네가 내 스승이시다. 한희철 2004-11-23 1469
3645 한희철 2146 쥬리히에서 생각하는 여천 [1] 한희철 2004-11-23 1298
3644 한희철 2145 자비심 한희철 2004-11-23 1257
3643 한희철 2144 심기는 자식처럼 두기는 버린 것처럼 한희철 2004-11-23 1290
3642 한희철 2143 나와 너 한희철 2004-11-23 1410
3641 김남준 이데올로기를 조심하라 김남준 2004-11-22 1928
3640 김남준 최고의 가치 김남준 2004-11-22 2158
3639 김남준 당신의 관심사는 무엇입니까? 김남준 2004-11-22 2047
3638 김남준 나 만나서 뭐할래? [1] 김남준 2004-11-22 1926
3637 김남준 어리석은 상징 김남준 2004-11-22 1873
3636 김남준 부흥의 중심, 십자가 김남준 2004-11-22 1885
3635 김남준 슬피우는 아이들 김남준 2004-11-22 1926
3634 한희철 2142 참 좋은 울음터 한희철 2004-11-16 1595
» 한희철 2141 딱지 두 장 한희철 2004-11-16 1313
3632 한희철 2140 양심 냉장고 한희철 2004-11-16 1706
3631 한희철 2139 우린 얼마나 같은지 한희철 2004-11-16 1360
3630 한희철 2138 술래는 어디 갔을까 한희철 2004-11-16 1316
3629 김남준 전도상은 신형 승용차 김남준 2004-11-11 2355
3628 김남준 기차대합실에서 김남준 2004-11-11 1982
3627 김남준 불꽃같은 사랑으로 김남준 2004-11-08 2087
3626 김남준 십자가와 고난의 신앙 김남준 2004-11-08 2125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