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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0 어떤 하루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1405 추천 수 0 2004.11.26 14: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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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서 잠깐 쉬다 시내로 나갔다. 아시아나 항공사를 찾아가니 담당직원이 점심식사를 하러 나갔다며, 4시 15분쯤 오라고 한다. 시간이 한 시간이나 남았다.
광장에 자리잡은 찻집으로 가 커피를 주문한다. 책 한 권 챙겨 나오길 잘했다. 널따란 차양막 아래 앉아 차를 마시며 책을 보는데 흐린 하늘에서 비가 쏟아진다. 비를 보자 아침에 먼 길을 떠난 선배와 친구 목사 내외 생각이 난다. 낯선 길, 잘 가고 있을지. 동행하지 못한 것이 아쉽고 미안하다. 여름 내내 행사와 손님이 많았다. 모든 만남에 충분한 시간을 갖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찻집 안으로 자리를 옮겨 오고가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서둘러 비를 피하는 낯선 사람들, 내가 낯선 곳에 있음을 실감한다.
어느덧 시간이 되어 다시 사무실을 찾으니 늦은 점심을 먹고 돌아온 담당직원이 앉아 있다. 기드온용사 때 방문했다 남으신 어머니의 비행일정을 확정한다. 다음주 토요일엔 이사도 해야하고, 주중엔 손님들과도 시간을 보내야 한다. 예정했던 날보다 며칠을 앞당겨 주일저녁으로 알아보니 자리가 있다 한다.
그동안 모아진 마일리지로 어머니 자리를 이코노믹 석에서 비즈니스 석으로 바꾼다. 목회자인 아들이 이만한 일이라도 해드리니 마음이 흐뭇하다. 무릎이 불편하신 어머니껜 도움이 되리라. 혼자 가시는 어머니를 위해 패밀리 캐어 서비스까지 신청을 한다.
돌아오다 생각하니 아내 생일이 가까웠다. 잠깐 가게에 들러 선물 한 가지를 챙긴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또 그냥 지나가고 말 것이다. 지난해엔 설거지 한 끼로 때웠다. 내리는 비 때문에 그랬을까, 노랗게 생긴 꽃이 참 환해 보인다. 값도 싸 기꺼이 꽃 한 다발을 꺼내든다.
잠깐 비가 잦아든 사이 공사장 칸막이 앞에서 누군가 색소폰을 분다. 입고 있는 옷은 공사장에서 일하다 나온 사람 같은데, 그가 부는 색소폰 소리는 도시의 풍경을 새롭게 만든다. 흐린 무채색의 도시에 색깔을 입히며 도시의 표정을 살려낸다. 앞에 놓인 색소폰 가방은 텅 비었지만 그는 말없이,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게 도시 풍경을 바꾸고 있다.
물 흐르듯이 오고가는 사람들, 가는 비를 맞으며 그들 사이를 걸어간다. 사람들 틈에 섞여  나는 지금 어디에서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2004.9.19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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