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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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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이야기입니다만, 가장 귀한 보물이 담겨 있는 보물창고는 우리의 기억일 지 모릅니다. 먼지를 수북히 뒤집어쓰고 마음속에 빛 바랜 채로 묻혀 있다가 어느 순간 영롱한 보석처럼 빛나며 살아오는 것들. 여름밤을 빛으로 헤엄치는 반딧불이의 춤처럼 툭툭 단절의 벽을 넘나들며 무미건조했던 마음을 빛과 생기로 물들이는 묘한 힘과 여운, 그것이 바로 우리의 마음속에 묻혀있는 기억이 갖는 의미일 것입니다.
"장차 살아갈 때, 어떤 좋은 추억 특히 어렸을 때와 집의 추억보다 더 튼튼하고 더 건전하고 좋은 건 없다는 걸 알아야 해....... 그런 추억을 많이 가지고 사는 사람은 평생 안전히 살 수 있어"
도스트예프스키의 말입니다. '어렸을 적과 집의 추억보다 더 튼튼하고 건전하고 좋은 건 없다'는 말도 그렇고, '그런 추억을 많이 가지고 사는 사람은 평생 안전히 살 수 있어'라는 말 또한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잃어버렸던 기억 속에서 최근 되찾게 된 기억이 두 가지 있습니다.
이승은, 허헌선 부부가 만든 인형이 실린 <엄마 어렸을 적엔>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인형을 만들자마자 텀벙 기억 속에 담갔다 꺼낸 듯 질감 넘치는 인형들의 표정 속에는 온갖 그리움들이 살아 흐르고 있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아랫목 이불 속에 묻어둔 밥그릇이었습니다. 한쪽 구석 숨겨진 듯 묻어둔 밥그릇이었지만 밥그릇은 분명 이불 속에 묻혀 있었고, 뚜껑이 열려진 탓에 밥풀 몇 개가 이불에 묻어 있었습니다. 전기 밥솥도 전자 레인지도 없었던 시절, 밥을 따뜻하게 보관할 수 있었던 곳은 아랫목 이불 밑이었습니다. 아, 어릴 적엔 늘 그랬지요. 이불에 눌어붙은 밥풀을 떼어먹는 재미가 여간이 아니었지요.
<골목안 풍경>이라는 김기찬 사진집이 있습니다. 후미진 골목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을 흑백사진으로 담아낸 사진집입니다. 가난했지만 정겨웠던 시절, 사진의 대부분은 마음속에 희미하게 묻혀 있는 오래된 기억의 조각들이었습니다.
사진을 보다 한참 눈이 멎게 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대청마루에서 한 어머니가 홑이불을 시침질하고 있는데 더벅머리 어린 아들이 이불 위에 올라가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야단을 치기는커녕 귀여운 자식 이불 위에 마냥 내버려 둔 채 어머니는 시침질에 열중이고, 이보다 좋은 마당이 또 어디 있냐는 듯 아이는 엄마 앞에 마음껏 뒹굴고 있었습니다. 아, 어릴 적엔 정말 그러기를 좋아했습니다. 다시 한 번 그래보고 싶은 그리움이라니요.
낙엽 지는 이 계절, 가슴속 빛 바랜 채로 묻혀 있는 보물, 어릴 적 기억들을 되살려보는 시간을 갖는 것은 어떨는지요. 빛나는 보물 창고의 문을 여는 일 말입니다. 2004.10.10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장차 살아갈 때, 어떤 좋은 추억 특히 어렸을 때와 집의 추억보다 더 튼튼하고 더 건전하고 좋은 건 없다는 걸 알아야 해....... 그런 추억을 많이 가지고 사는 사람은 평생 안전히 살 수 있어"
도스트예프스키의 말입니다. '어렸을 적과 집의 추억보다 더 튼튼하고 건전하고 좋은 건 없다'는 말도 그렇고, '그런 추억을 많이 가지고 사는 사람은 평생 안전히 살 수 있어'라는 말 또한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잃어버렸던 기억 속에서 최근 되찾게 된 기억이 두 가지 있습니다.
이승은, 허헌선 부부가 만든 인형이 실린 <엄마 어렸을 적엔>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인형을 만들자마자 텀벙 기억 속에 담갔다 꺼낸 듯 질감 넘치는 인형들의 표정 속에는 온갖 그리움들이 살아 흐르고 있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아랫목 이불 속에 묻어둔 밥그릇이었습니다. 한쪽 구석 숨겨진 듯 묻어둔 밥그릇이었지만 밥그릇은 분명 이불 속에 묻혀 있었고, 뚜껑이 열려진 탓에 밥풀 몇 개가 이불에 묻어 있었습니다. 전기 밥솥도 전자 레인지도 없었던 시절, 밥을 따뜻하게 보관할 수 있었던 곳은 아랫목 이불 밑이었습니다. 아, 어릴 적엔 늘 그랬지요. 이불에 눌어붙은 밥풀을 떼어먹는 재미가 여간이 아니었지요.
<골목안 풍경>이라는 김기찬 사진집이 있습니다. 후미진 골목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을 흑백사진으로 담아낸 사진집입니다. 가난했지만 정겨웠던 시절, 사진의 대부분은 마음속에 희미하게 묻혀 있는 오래된 기억의 조각들이었습니다.
사진을 보다 한참 눈이 멎게 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대청마루에서 한 어머니가 홑이불을 시침질하고 있는데 더벅머리 어린 아들이 이불 위에 올라가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야단을 치기는커녕 귀여운 자식 이불 위에 마냥 내버려 둔 채 어머니는 시침질에 열중이고, 이보다 좋은 마당이 또 어디 있냐는 듯 아이는 엄마 앞에 마음껏 뒹굴고 있었습니다. 아, 어릴 적엔 정말 그러기를 좋아했습니다. 다시 한 번 그래보고 싶은 그리움이라니요.
낙엽 지는 이 계절, 가슴속 빛 바랜 채로 묻혀 있는 보물, 어릴 적 기억들을 되살려보는 시간을 갖는 것은 어떨는지요. 빛나는 보물 창고의 문을 여는 일 말입니다. 2004.10.10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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