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2169.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랑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1421 추천 수 0 2005.10.04 14:50:56
.........
농촌에서 목회를 할 때 한 번은 미국을 다녀올 일이 있었습니다. 미국에 있는 몇몇 교회에서 말씀 듣기를 청했습니다.
가겠다고 대답을 한 데에는 사소한 이유도 한 가지 들어 있었습니다. 물론 함께 말씀을 생각하는 시간도 귀하고, 그런 시간을 통해 주어질 좋은 만남도 귀하고, 그런 기회를 통해 보고 싶은 사람들도 보게 될 것이니 그것만으로도 좋은 이유가 되겠지만 마음 속에 있었던 사소한 이유 한 가지는 아내에 대한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작고 외진 농촌에서 15년을 묵묵히 목회자의 아내로 살아온 아내에게 위로의 시간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렇게라도 바깥바람을 한 번 쏘이면 한결 마음이 가벼워질 수 있겠다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초청하는 측에서도 같이 오기를 원했고요.
동행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나와는 달리 아내는 생각이 달랐습니다. 아내는 나름대로 자기가 가지 않아야 될 이유를 혼자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지막 이유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동네에 사는 젊은 부인들 보기가 미안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시골에서 어렵게 농사를 꾸리며 살아가는 그들에게 적지 않은 공허감과 상대적인 박탈감을 줄 것 같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쉬웠지만 아내의 마음에 공감하며 결국은 혼자서 먼길을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우연히 전해들은 분이 있었나 봅니다. 그 분은 건강이 안 좋아 병원으로부터 절망적인 판정을 받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놀랍게도 건강이 회복되기 시작했답니다. 체념할 뻔한 삶의 기회가 다시 주어져 너무나 감사하던 중에 그 이야기를 찡한 마음으로 듣고서는 당신이 끊은 1년 치 담배 값에 해당하는 60만 원을 보내왔습니다.
"사모님이 마을의 젊은 여자 분들과 시원한 바람이라도 쐬고 왔으면 좋겠습니다."
생각지 못했던 뜻밖의 일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망설이는 아내를 설득하여 고마움을 고마움으로 받기로 했습니다. 아내는 마을의 젊은 부인들과 며칠 행복한 고민을 했지요. 그리고는 행선지를 서울로 정했습니다. 시골에 사는 이들에겐 서울 나들이가 오히려 드문 일이었으니까요.
하루 날을 잡았고, 몇 몇 남편들의 도움으로 아침 일찍 여주로 나가 서울로 올라가는 고속버스를 탔습니다. 시어머니들이 기꺼이 시간을 허락한 것은 물론입니다. 그 날만큼은 농사걱정, 자식걱정, 시골에 산다는 마음의 무게마저 다 내려놓고 세상에 아무 일도 없는 사람들처럼 편하게 지내시라 인사를 했습니다.
영화도 보고, 분위기 좋은 곳에서 점심도 먹고, 차도 마시고, 가슴속 묻어둔 이야기도 나누고, 이렇게 싼 옷도 있나 싶어 식구들 수대로 옷도 사고, 내려오는 길에 저녁까지 먹고, 다음날 새벽같이 나가 잎담배 딸 걱정까지 웃음으로 내려놓은 채 모처럼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함께 보낸 시간만큼, 함께 나눈 웃음만큼 마음의 무게와 고단함이 지워졌기를 비는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 그 중의 하나는 분명 사랑이었습니다. 2004.12.23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150 한희철 2175.녹색별에서 살려면 한희철 2005-10-28 1482
4149 한희철 2174. 너의 한계를 잊지 말라 한희철 2005-10-28 1428
4148 한희철 2173. 이 땅에 발 딛고 서기 한희철 2005-10-28 1541
4147 한희철 2172. 악을 선으로 갚은 사람 한희철 2005-10-28 1487
4146 한희철 2171. 사람은 사람을 만나야 산다 한희철 2005-10-28 1433
4145 김남준 우리는 왜 이렇게 살아갈까요? [1] 김남준 2005-10-05 2933
4144 김남준 말하고 듣는 것에 유의하라 [1] 김남준 2005-10-05 2749
4143 김남준 마음의 움직임은 항상 어떤 생각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김남준 2005-10-05 2601
4142 김남준 마음을 지킨다는 것은 김남준 2005-10-05 2856
4141 김남준 '마음을 지킨다'는 의미 김남준 2005-10-05 2775
4140 김남준 마음을 노리는 대적들을 물리치기 위해 김남준 2005-10-05 2555
4139 김남준 마음을 잘 지키지 아니하면 김남준 2005-10-05 2661
4138 김남준 능력있는 삶의 지속은 김남준 2005-10-05 2507
4137 김남준 성화와 마음 김남준 2005-10-05 2473
4136 한희철 2170. 진정한 보물 한희철 2005-10-04 1448
» 한희철 2169.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랑 한희철 2005-10-04 1421
4134 한희철 2168. 난 당신이 자랑스럽답니다 한희철 2005-10-04 1572
4133 한희철 2167. "그래, 갈게" 한희철 2005-10-04 1389
4132 한희철 2166 3등을 한 채플린 한희철 2005-09-28 1540
4131 한희철 2165 철새들의 거룩한 몸부림 한희철 2005-09-28 1453
4130 한희철 2164.촛불 하나로 한희철 2005-09-28 1507
4129 한희철 2163.바퀴는 빼고요 한희철 2005-09-28 1360
4128 한희철 2162. 아름다운 자작 한희철 2005-09-28 1319
4127 한희철 2161.나는 어떤 아빠일까 한희철 2005-09-22 1409
4126 한희철 2160. 사과가 놓여있는 풍경 한희철 2005-09-22 1371
4125 이해인 고마운 손 이해인 2005-09-22 3230
4124 김남준 개똥참외성도, 골드마크성도 김남준 2005-09-22 2516
4123 김남준 마음의 중요성 김남준 2005-09-22 2730
4122 김남준 주님을 사랑하는 삶은 다릅니다. 김남준 2005-09-15 2993
4121 김남준 주님 앞에 홀로서기 김남준 2005-09-15 2689
4120 김남준 회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김남준 2005-09-15 2776
4119 김남준 사랑의 본질 김남준 2005-09-15 2756
4118 김남준 죽음의 공포보다 강한 것 김남준 2005-09-15 2705
4117 김남준 기도의 시간 김남준 2005-09-15 2880
4116 김남준 예수님의 능력의 비결 김남준 2005-09-15 2470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