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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1. 사람은 사람을 만나야 산다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1434 추천 수 0 2005.10.28 10:2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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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해 전, 농촌에서 살 때의 일이었습니다. 어느 해인가 겨울이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간밤에 있었던 일로 동네가 술렁거렸습니다. 조심스레 이야기를 나눴지만 동네가 작다보니 이내 모두가 알게 되고 말았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내려가 보니 정말로 동네 입구에 있는 논바닥 저 아래엔 승용차 한 대가 서 있었습니다. 길에서 논바닥까진 경사가 심해 차가 논바닥 아래에 그렇게 서 있는 것이 거짓말처럼 보였습니다. 누구 힘센 사람들이 일부러 차를 번쩍 들어 그곳에다 옮겨 놓지 않았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밤새 일어난 것이었습니다.
사연은 이랬습니다. 연말을 맞아 면내에서 동창 모임을 가진 마을 사람이 밤늦은 시간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올 때였습니다. 모임이 모임인지라 그는 술에 잔뜩 취한 상태였습니다. 누가 보아도 운전을 하면 안 되는 상황이었지만 눈감아도 익숙한 고향 길, 그가 만용을 부렸습니다.
어찌 어찌 차를 몰고 동네 입구까지 오긴 왔는데 동네로 들어서는 초입, 경사가 급하게 꺾이는 바로 그곳에서 핸들을 제대로 꺾지 못하고 논둑 아래로 굴러 떨어지고 말았던 것입니다. 굴러 떨어진 지점 바로 앞에는 제법 큰 바위가 있었고, 바위 앞에는 동네 큰일 때 쓰는 그릇창고가 있었으니, 논둑으로 굴러 떨어지지 않았다 해도 큰 일이 나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경사가 제법인 논둑으로 굴러 떨어지면서도 차가 뒤집히질 않았으니 그 또한 다행 중 다행이었습니다.
인사불성인 상태로 동네까지 오는 동안 가파른 고갯길을 두 개나 넘었는데 만약 그 고갯길에서 사고를 당했으면 어떡할 뻔 했겠냐며 마을 사람들은 저마다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다행스러운 일은 또 있었습니다. 운전을 한 마을 사람은 차가 그렇게 논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는데도 그것도 모른 채 차안에서 정신을 잃고 잠에 빠져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밤이 되면 인적이 뚝 끊기고 마는 시골마을의 추운 겨울밤, 아무도 모른 채 시간이 지났다면 그는 꼼짝없이 동사하고 말았을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늦은 시간 때마침 그곳을 지나는 마을 사람이 있었고, 논바닥으로 구른 차를 발견하고 놀라 달려가 차안에서 잠자고 있는 그를 발견했고, 서둘러 가족에게 연락을 하여 겨우 집으로 옮긴 수가 있었다고 하니 그야말로 천만다행한 일이 아닐 수가 없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마을 어른 한 분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러게 사람은 사람을 만나야 살어."
어느덧 2005년 을유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로운 한 해를 맞으면 마음에 새길만한 덕담들을 나눕니다. 올해는 '사람은 사람을 만나야 산다'는 말을 마음에 담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잘못 만나 죽기도 하지만, 그래도 사람은 사람을 만나야 사는 법입니다.
여러 가지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 맞이한 새로운 한해, 그럴수록 나를 살리는 좋은 만남이 이루어지기를, 나는 또 누군가에게 그를 살리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빌어봅니다. 2005.1.2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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