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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5.홀로 세우기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1557 추천 수 0 2005.11.22 22:5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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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살 때 닭을 키운 적이 있습니다. 이웃집에서 얻어온 토종닭이었습니다. 닭이래야 몇 마리 안 되었지만, 그런 대로 키우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하루에 서너 개씩 알을 꺼내는 것도 재미있고, 새벽마다 울어대는 수탉의 장한 울음소리를 듣는 재미도 여간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러나 닭을 키우며 무엇보다도 재미있는 일은 병아리를 까내는 일이었습니다. 따뜻한 봄날이 되면 암탉들은 자기가 낳은 알을 품기 시작하여 마침내 병아리들을 까냅니다. 알에서 깨어난 샛노란 병아리들이 종종걸음으로 어미 뒤를 따라 다니는 것을 보면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엽고 신기한지, 가끔은 일부러 닭장 앞에 서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 모습을 바라보곤 했습니다. 기적이 따로 없지 싶도록 병아리들의 모습은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병아리들을 돌보는 어미 닭의 모습은 언제 봐도 인상적입니다. 열심히 땅을 파헤쳐 먹을 걸 찾고 먹을 걸 찾으면 "꼭-꼭 꼭-꼭" 다정한 목소리로 병아리들을 불러 그들부터 먹입니다. 그러다가도 조금만 위험한 일이 생겨도 다급한 목소리로 병아리들을 모아 날개 속에 숨기고, 어떻게 저렇게 자상할 수 있을까 감탄할 정도로 새끼들을 돌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토록 헌신적으로 새끼를 돌보던 어미 닭이 무슨 맘을 먹었는지 새끼들이 자기에게 가까이 다가올라치면 부리로 매섭게 새끼들을 쪼아 쫓아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자상하던 닭이 어찌 저렇게 매정하게 변할 수 있을까,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이웃집 할머니가 보더니 새끼를 뗄 때가 되어서 그런 거라 했습니다. 자랄 만큼 자라 혼자 커도 될만하다 싶으면 매섭게 새끼를 떼어놓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동네 초입에 사는 재성이네 개가 새끼를 낳았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덩치는 작은 게 그래도 어미라고 새끼를 여러 마리 낳았지요. 하루는 몇몇 사람이 재성이네 모여 밤이 늦도록 얘기를 나누는데, 새끼를 낳은 개가 우리들 곁에 와서 꿈뻑꿈뻑 조는 것이었습니다. "새끼한테 안 가고 왜 여기 와 있나?" 하자 재성이 아버지가 설명을 합니다. 얘길 들어보니 개도 어느 정도까지만 새끼를 돌보지 때가 되면 분명하게 뗀다는 것이었습니다. 제 젖을 먹을 때는 똥싼 새끼의 똥구멍까지 핥아 닦아주지만 일단 밥을 먹기 시작하면 어림없다는 얘기였습니다.
때가 되면 어김없이 새끼들을 홀로 세우는 짐승들에 비해 우리들은 지나치게 자식들을 품에 안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이들이 심약하게 자라는 이유가 그런 것과 무관한 것인지, 다시 한번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2005.3.26ⓒ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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