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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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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시골에서도 대부분 수도를 쓰지만 수도가 들어오기 전에는 펌프를 주로 썼습니다. 물론 펌프가 들어오기 전에는 우물물을 길어 먹었지요.
예전에는 어느 동네건 동네 한가운데엔 우물이 있었습니다. 두레박을 줄에 달아 내려 물을 길어 올리는 우물이었지요. 같은 우물에서 같은 물을 먹고사는 사람들이 한 마을 사람이었고, 이웃이었습니다.
우물은 지리적인 의미의 한복판보다는 정서적인 의미에서 마을의 중심이 되곤 했습니다. 아침과 저녁으로 물을 길러 나가면 동네 사람 누구라도 만나고, 빨래를 하거나 야채를 씻으러 나가도 누구라도 만나게 되는, 우물가는 자연스럽게 만남과 대화가 이루어지는 곳이었습니다. 마을 모든 사람들이 시도 때도 없이 만나게 되는 만남의 자리였고, 그래서 같은 마을에 사는 한 숨겨진 이야기가 있을 수 없는, 모두를 한 식구처럼 만들어 주는 곳이었습니다.
그러던 우물을 사라지게 했던 것이 펌프였습니다. 펌프가 들어오면서 우물은 사라져갔습니다. 집집이 펌프를 설치하고 제각기 집안에서 물을 길어 먹게 되자 자연스레 우물은 소용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펌프를 쓴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이내 수도가 들어와 펌프를 대신했으니까요. 우물이나 펌프를 쓰던 일이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님을 생각하면 문명이 참 빨리 바뀐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잠깐 있다 사라진 펌프지만 펌프를 일컫는 우리말이 있었습니다. 일부 지역이긴 했지만 펌프를 '작두샘'이라 불렀습니다. 작두질을 하듯 펌프질을 하면 물이 솟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겠지요. 낯선 문명에서 비롯된 낯선 이름을 대번 우리 것으로 바꾼 발상이 기발하고도 재미있습니다.
펌프질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이는 알겠지만 펌프로 물을 뿜어 올리기 위해서는 먼저 한 바가지 정도의 물을 부어야 합니다. 물을 붓고 열심히 '작두질'을 해야 물이 솟구쳐 나왔지요. 물을 퍼 올리기 위해 한 바가지 먼저 붓는 물을 영어로는 'calling water'라 부른다던가요, 아마도 '물을 부르는 물'이란 뜻이겠지요.
한 바가지 먼저 들어가 물을 솟게 하는 물을 우리말로는 '마중물'이라 불렀습니다. '마중'이란 말이 '오는 사람이나 손님을 나가서 맞이한다'라는 뜻이니, 펌프에 먼저 들어가 물을 불러내는 의미로는 썩 잘 어울린다 싶습니다.
마중물은 단지 한 바가지 분량의 적은 양이고, 일단 물을 부른 뒤 자신은 가장 먼저 사라집니다. 그러나 바로 그 마중물이 있어 연연한 물길이 솟을 수가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중물이란 이름조차 잊어버린 이 시대, 그럴수록 마중물과 같은 사람이 그리워집니다. 대단하진 않다 하여도 그가 있는 곳에 맑은 샘 하나가 터지는, 메마른 이 땅에 사랑과 신뢰의 물줄기를 회복해낼 마중물과 같은 사람이 그립습니다. 한번 마중물을 꿈꿔보지 않겠습니까! 2005.3.30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예전에는 어느 동네건 동네 한가운데엔 우물이 있었습니다. 두레박을 줄에 달아 내려 물을 길어 올리는 우물이었지요. 같은 우물에서 같은 물을 먹고사는 사람들이 한 마을 사람이었고, 이웃이었습니다.
우물은 지리적인 의미의 한복판보다는 정서적인 의미에서 마을의 중심이 되곤 했습니다. 아침과 저녁으로 물을 길러 나가면 동네 사람 누구라도 만나고, 빨래를 하거나 야채를 씻으러 나가도 누구라도 만나게 되는, 우물가는 자연스럽게 만남과 대화가 이루어지는 곳이었습니다. 마을 모든 사람들이 시도 때도 없이 만나게 되는 만남의 자리였고, 그래서 같은 마을에 사는 한 숨겨진 이야기가 있을 수 없는, 모두를 한 식구처럼 만들어 주는 곳이었습니다.
그러던 우물을 사라지게 했던 것이 펌프였습니다. 펌프가 들어오면서 우물은 사라져갔습니다. 집집이 펌프를 설치하고 제각기 집안에서 물을 길어 먹게 되자 자연스레 우물은 소용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펌프를 쓴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이내 수도가 들어와 펌프를 대신했으니까요. 우물이나 펌프를 쓰던 일이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님을 생각하면 문명이 참 빨리 바뀐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잠깐 있다 사라진 펌프지만 펌프를 일컫는 우리말이 있었습니다. 일부 지역이긴 했지만 펌프를 '작두샘'이라 불렀습니다. 작두질을 하듯 펌프질을 하면 물이 솟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겠지요. 낯선 문명에서 비롯된 낯선 이름을 대번 우리 것으로 바꾼 발상이 기발하고도 재미있습니다.
펌프질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이는 알겠지만 펌프로 물을 뿜어 올리기 위해서는 먼저 한 바가지 정도의 물을 부어야 합니다. 물을 붓고 열심히 '작두질'을 해야 물이 솟구쳐 나왔지요. 물을 퍼 올리기 위해 한 바가지 먼저 붓는 물을 영어로는 'calling water'라 부른다던가요, 아마도 '물을 부르는 물'이란 뜻이겠지요.
한 바가지 먼저 들어가 물을 솟게 하는 물을 우리말로는 '마중물'이라 불렀습니다. '마중'이란 말이 '오는 사람이나 손님을 나가서 맞이한다'라는 뜻이니, 펌프에 먼저 들어가 물을 불러내는 의미로는 썩 잘 어울린다 싶습니다.
마중물은 단지 한 바가지 분량의 적은 양이고, 일단 물을 부른 뒤 자신은 가장 먼저 사라집니다. 그러나 바로 그 마중물이 있어 연연한 물길이 솟을 수가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중물이란 이름조차 잊어버린 이 시대, 그럴수록 마중물과 같은 사람이 그리워집니다. 대단하진 않다 하여도 그가 있는 곳에 맑은 샘 하나가 터지는, 메마른 이 땅에 사랑과 신뢰의 물줄기를 회복해낼 마중물과 같은 사람이 그립습니다. 한번 마중물을 꿈꿔보지 않겠습니까! 2005.3.30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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