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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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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개'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요? 끌개, 끌개라니? 아마도 생소한 말이기 쉬울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기야 이 글을 쓰는 저도 시골인 단강에서 목회를 하기 전까지만 해도 들어보지 못한 말이었으니까요.
몇 년 전인가 이른봄이었습니다. 동네 끄트머리에 있는 윗작실 마을로 올라가다가 뜻밖의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돌아가셨습니다만 여든이 지난 동네 할아버지가 소 한 마리를 끌고 저 위에서 내려오고 있었는데, 소 뒤에는 이상한 것이 묶여져 있었습니다.
소 멍에 뒤로 'Y'자 모양의 굵은 나무토막이 묶여 있었고, 나무토막 위에는 제법 큰 돌멩이가 얹혀 있었습니다. 나무토막만 해도 무게가 여간이 아닐텐데 그 위에 큰 돌멩이를 얹어놓고 소에게 끌게 하다니, 돌을 나르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무슨 뜻으로 소에게 그런 일을 시키는 것인지 그 이유를 짐작할 수가 없었습니다. 소는 연로하신 할아버지의 발걸음에 맞춰 묵묵히 돌이 얹혀져있는 나무를 끌고 동네 길을 오가고 있었습니다.
마침 사진기를 가지고 있었던 터라 할아버지께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몇 장 찍었습니다. 사진을 찍은 뒤에 지금 하시는 일이 무엇인지를 여쭈어 보았습니다. 할아버지는 소를 잠깐 쉬게 한 후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이게 끌개라는 것이우. 소에게 일을 가르치는 것이지. 소가 쟁기질을 지대루 할려문 무거운 무게를 끌어봐야 해. 무거운 걸 끌면서 등짝도 까졌다가 다시 새살이 나오구 해야 일을 지대루 익히지. 일을 지대루 안 배우고 논이나 밭에 들어가문 이리 겅중 저리 겅중 뛰댕기며 뚝이나 뭉개며 일을 망가뜨려. 일을 지대루 하는 일소를 맹길래문 끌개부터 지대루 끄는 법을 배워야 허는 법이지."
힘이 세다고 논밭을 제대로 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무 소나 논밭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었고요. 논밭을 제대로 갈기 위해서는 먼저 끌개부터 열심히 끌어야 했습니다.
기운이 센 소가 일을 잘하는 것 아닌가, 끌개 끄는 모습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생각이 단순하고 쉬웠는데 막상 끌개를 끄는 소를 보고서는 생각이 달랐습니다. 이 땅이 하나님의 밭이고 우리가 하나님의 밭을 가는 사람이라면 우리 또한 끌개부터 묵묵히 끌어야 할 것, 끌개도 끌지 않고 함부로 뛰어드는 일은 오히려 밭을 망가뜨릴 수도 있다는 것을 두려운 마음으로 배울 수 있었습니다. 2005.5.15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몇 년 전인가 이른봄이었습니다. 동네 끄트머리에 있는 윗작실 마을로 올라가다가 뜻밖의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돌아가셨습니다만 여든이 지난 동네 할아버지가 소 한 마리를 끌고 저 위에서 내려오고 있었는데, 소 뒤에는 이상한 것이 묶여져 있었습니다.
소 멍에 뒤로 'Y'자 모양의 굵은 나무토막이 묶여 있었고, 나무토막 위에는 제법 큰 돌멩이가 얹혀 있었습니다. 나무토막만 해도 무게가 여간이 아닐텐데 그 위에 큰 돌멩이를 얹어놓고 소에게 끌게 하다니, 돌을 나르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무슨 뜻으로 소에게 그런 일을 시키는 것인지 그 이유를 짐작할 수가 없었습니다. 소는 연로하신 할아버지의 발걸음에 맞춰 묵묵히 돌이 얹혀져있는 나무를 끌고 동네 길을 오가고 있었습니다.
마침 사진기를 가지고 있었던 터라 할아버지께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몇 장 찍었습니다. 사진을 찍은 뒤에 지금 하시는 일이 무엇인지를 여쭈어 보았습니다. 할아버지는 소를 잠깐 쉬게 한 후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이게 끌개라는 것이우. 소에게 일을 가르치는 것이지. 소가 쟁기질을 지대루 할려문 무거운 무게를 끌어봐야 해. 무거운 걸 끌면서 등짝도 까졌다가 다시 새살이 나오구 해야 일을 지대루 익히지. 일을 지대루 안 배우고 논이나 밭에 들어가문 이리 겅중 저리 겅중 뛰댕기며 뚝이나 뭉개며 일을 망가뜨려. 일을 지대루 하는 일소를 맹길래문 끌개부터 지대루 끄는 법을 배워야 허는 법이지."
힘이 세다고 논밭을 제대로 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무 소나 논밭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었고요. 논밭을 제대로 갈기 위해서는 먼저 끌개부터 열심히 끌어야 했습니다.
기운이 센 소가 일을 잘하는 것 아닌가, 끌개 끄는 모습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생각이 단순하고 쉬웠는데 막상 끌개를 끄는 소를 보고서는 생각이 달랐습니다. 이 땅이 하나님의 밭이고 우리가 하나님의 밭을 가는 사람이라면 우리 또한 끌개부터 묵묵히 끌어야 할 것, 끌개도 끌지 않고 함부로 뛰어드는 일은 오히려 밭을 망가뜨릴 수도 있다는 것을 두려운 마음으로 배울 수 있었습니다. 2005.5.15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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