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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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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동양의 고전을 풀어 설명한 신영복 선생의 <강의>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책을 읽는 재미가 제법 쏠쏠합니다. 내가 동양인이기 때문이겠지요, 동양의 고전은 친숙하게 여겨지기도 하고 은은함과 깊이를 느끼게도 됩니다.
전쟁에 반대했던 반전주의자인 묵자에 관한 글도 재미있었습니다. 묵자에 얽힌 이야기 중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공수반이라는 명장이 초나라 왕에게 초빙되어 성을 공격하는 기구를 만들었고, 초나라는 그것을 이용하여 송나라를 공격하려 하였습니다.
이 소문을 들은 묵자는 열흘 밤낮을 달려가서 초나라로 하여금 전쟁을 단념하게 합니다. 묵자는 초나라의 공격이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합니다. 결국은 묵자와 공수반이 일종의 모의전쟁인 도상전쟁을 벌이는데, 공수반은 방어술에 뛰어난 묵자를 이길 수가 없었습니다. 공수반은 자기의 패배를 인정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내게는 선생을 이기는 방법이 있으나 이 자리에서 밝힐 수는 없습니다."
초나라 왕이 그 까닭을 물었을 때 묵자가 대답을 합니다.
"공수반의 말은 나를 이 자리에서 죽이면 송나라를 공격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저의 제자 300명이 이미 성을 지키는 기구를 가지고 송나라의 성 위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비록 저를 죽인다 하여도 이길 수가 없습니다."
결국 묵자는 송나라를 치려는 초나라의 계획을 포기하게 만들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전쟁을 막으려는 묵자의 태도가 돋보입니다. 한 사람의 노력으로 나라가 나라를 침략하려는 계획을 취소했으니 참으로 위대한 일을 했다 싶습니다. 그런데 책에는 그런 일이 있고 난 뒤의 일화 하나가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전쟁을 막은 묵자가 돌아가는 길에 송나라를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마침 비가 내려 한 집으로 들어가 비를 피하려 하자 문지기는 묵자를 받아주질 않았습니다. 송나라를 위해 열흘 밤낮을 달려가 전쟁을 막았음에도 불구하고, 문지기는 그것을 알지 못하고 묵자를 문전박대 했던 것이었습니다. 생각해 볼만한 일이 아닐 수가 없는데, 이를 두고서 이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는 공수편은 이렇게 글을 맺고 있었습니다.
"조용히 일을 처리하는 사람의 공로는 알아주지 않고 드러내놓고 싸우는 사람은 알아준다."
어쩌면 세상은 그런 것인지도 모릅니다. 전쟁을 막아준 사람보다는 전쟁에서 이긴 사람만을 환영하지요.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한 사람보다는 일어난 문제를 보란 듯이 해결한 사람에게 열광을 하는 것이 세상입니다.
아무리 세상이 그렇다 하여도 여전히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은 전쟁에서 이기는 사람보다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주는 사람입니다. 세상이 알아주건 말건 묵묵히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 여전히 우리에겐 필요합니다. 2005.5.25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전쟁에 반대했던 반전주의자인 묵자에 관한 글도 재미있었습니다. 묵자에 얽힌 이야기 중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공수반이라는 명장이 초나라 왕에게 초빙되어 성을 공격하는 기구를 만들었고, 초나라는 그것을 이용하여 송나라를 공격하려 하였습니다.
이 소문을 들은 묵자는 열흘 밤낮을 달려가서 초나라로 하여금 전쟁을 단념하게 합니다. 묵자는 초나라의 공격이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합니다. 결국은 묵자와 공수반이 일종의 모의전쟁인 도상전쟁을 벌이는데, 공수반은 방어술에 뛰어난 묵자를 이길 수가 없었습니다. 공수반은 자기의 패배를 인정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내게는 선생을 이기는 방법이 있으나 이 자리에서 밝힐 수는 없습니다."
초나라 왕이 그 까닭을 물었을 때 묵자가 대답을 합니다.
"공수반의 말은 나를 이 자리에서 죽이면 송나라를 공격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저의 제자 300명이 이미 성을 지키는 기구를 가지고 송나라의 성 위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비록 저를 죽인다 하여도 이길 수가 없습니다."
결국 묵자는 송나라를 치려는 초나라의 계획을 포기하게 만들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전쟁을 막으려는 묵자의 태도가 돋보입니다. 한 사람의 노력으로 나라가 나라를 침략하려는 계획을 취소했으니 참으로 위대한 일을 했다 싶습니다. 그런데 책에는 그런 일이 있고 난 뒤의 일화 하나가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전쟁을 막은 묵자가 돌아가는 길에 송나라를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마침 비가 내려 한 집으로 들어가 비를 피하려 하자 문지기는 묵자를 받아주질 않았습니다. 송나라를 위해 열흘 밤낮을 달려가 전쟁을 막았음에도 불구하고, 문지기는 그것을 알지 못하고 묵자를 문전박대 했던 것이었습니다. 생각해 볼만한 일이 아닐 수가 없는데, 이를 두고서 이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는 공수편은 이렇게 글을 맺고 있었습니다.
"조용히 일을 처리하는 사람의 공로는 알아주지 않고 드러내놓고 싸우는 사람은 알아준다."
어쩌면 세상은 그런 것인지도 모릅니다. 전쟁을 막아준 사람보다는 전쟁에서 이긴 사람만을 환영하지요.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한 사람보다는 일어난 문제를 보란 듯이 해결한 사람에게 열광을 하는 것이 세상입니다.
아무리 세상이 그렇다 하여도 여전히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은 전쟁에서 이기는 사람보다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주는 사람입니다. 세상이 알아주건 말건 묵묵히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 여전히 우리에겐 필요합니다. 2005.5.25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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