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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8. 쌀 두 말로 쌀 한 말을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1743 추천 수 0 2005.12.17 20: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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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전쟁이에요, 전쟁!”
가뭄을 두고 마을 사람들이 내뱉는 탄식이 과장되게 들리지를 않습니다. 지난 겨울 눈 그친 뒤론 비다운 비를 구경 못했으니, 이럴 수도 있구나 망연해질 뿐입니다. 개울물과 저수지가 마른 건 이미 오래 전, 물 나올만한 곳은 모두 파헤쳐 보지만 그 또한 금방 마르고 맙니다.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는 일을 두고서도 언성이 높아지고, 때론 거친 싸움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밭곡식은 자라지도 못한 채 배배 타들어 가며 벌써 꽃을 피워냅니다. 곡식도 위험한 상황을 느끼고서는 서둘러 종족을 보존하려 안간힘을 쓰나 봅니다. 모판에 부은 모가 벌써 산발을 한 모양처럼 웃자라났는데도 물이 없어 엄두를 내지 못하는 논들이 제법입니다.
며칠 전이었습니다. 한 모임에 참석했다가 늦은 밤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동네에 다 왔을 즈음, 길가에 트럭이 서 있었고 트럭 앞에 웬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자정이 다 된 시간에 누굴까 싶어 차를 후진하여 가보니 마을 사람들이었습니다.
논에 물을 대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저 아래 개울에서부터 물을 끌어 올려 염태고개의 논에 물을 대고 있었습니다.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놓은 양수기만 모두 4대, 벌써 18일 째 밤을 새우고 있다고 했습니다. 양수기 한 대당 들어가는 기름이 하룻밤에 휘발유 2통, 하룻밤 물을 푸는 데만 해도 8말이 넘는 기름을 써야 했습니다.
“이렇게 비용이 많이 들어서야 가을에 계산이 맞겠어요?”
안타까운 마음으로 묻자 술 한 잔 걸친 마을 사람이 나직한 목소리로 대답하기를
“우리 농사꾼들은 100원 들어가 50원 건지드래두 농사지어야 해요. 손해본다고 땅을 놀릴 수는 읍잖아요.”하는 것이었습니다. 마음이 아렸습니다.
날짜를 잊고 물을 푸는 사람이 마을에 또 있습니다. 이창득 씨, 그는 강가에서 물을 퍼 올려 작실 논에까지 대고 있습니다. 아무리 찾아도 물이 없자 강가 물을 퍼 올리기로 했습니다. 마른 개울을 따라 끝정자를 지나고, 마침내 신작로를 건너 섬뜰을 지나고, 길게 휘어진 길을 따라 작실로 올라가는, 잘 상상이 안 되는 거리입니다. 길가에 늘여 뜨려 놓은 호스만 보아도 숨이 턱 막힐 지경입니다. 민망한 마음으로 거리를 물어보니 2,300m, 2km가 넘는 거리였습니다. 동원된 양수기가 모두 6대였습니다. 바지런히 오가며 양수기 살피고, 터진 호스 고치고…, 이창득 씨는 요즘 아예 길에서 살고 있습니다. 올 농사는 시작도 하기 전 뻔한 적자를 면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원래 쌀 두 말 들여 쌀 한 말 먹는다는 옛말이 있잖아요. 그 말이 꼭 맞는 것 같아요.”
뭐라 위로할 길이 없어 어떡하냐며 말을 더듬자 이창득 씨는 예의 환한 웃음으로 그렇게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저 환한 웃음을, 저 지극한 농부의 마음을 함부로 지워선 안 된다 하지만 누가 어떻게 지킬 수 있는 것인지, 마음 깊이 금 하나 또 가는 순간이었습니다. 2005.6.11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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