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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8 원수는 원수를 부를 뿐이다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1589 추천 수 0 2005.12.21 16:5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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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동네 정자나무 그늘에서 두 노인네가 장기를 두다 그만 다툼이 벌어졌습니다. 한 사람은 한 수 물리자 하고 다른 한 사람은 안 된다 하니 승강이가 벌어진 것이지요. 까짓 한 수 물리는 것이 안 될 게 뭐 있냐며 끝내 고집을 부리는 노인네를 밀쳤는데, 그만 상대 노인이 뒤로 넘어지며 죽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고의가 아니라지만 사람을 밀쳐 죽였으니 여간 큰 일이 아니었습니다. 죽은 집에서 쫓아와 어떤 일을 한다 하여도 달게 받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떠민 노인이 깊은 시름에 잠겨 있을 때 마침 장터에서 이야기를 듣고 달려온 아들이 집으로 들어섰습니다.
"이 일을 어쩌면 좋단 말이냐?"
"그까짓 것 염려하지 마시구 이리 좀 나오셔유."
아들의 말을 듣고 사랑 툇마루로 나왔더니 아들이란 놈 한다는 짓이 아버지를 새끼로 기둥에 칭칭 묶더니 어디론가 휑하니 사라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한참만에 죽은 이의 큰아들인 상주의 산발을 한 머리채를 잡아끌고 집으로 들어섰습니다. 그를 기둥에 묶인 제 아버지 앞에 세우고는 어디서 났는지 도끼 한 자루를 가져다 그의 손에 쥐어주며 말했습니다.
"죽여라!"
아무리 아버지를 밀쳐 죽인 원수지만 감히 도끼를 쳐들 수는 없는 노릇, 상주가 어이없어 물었습니다.
"그럼 어떻게 되니?"
"어떻게 되긴 뭐가 어떻게 돼? 부모를 죽인 원수는 불구대천(不俱戴天)이라, 같은 하늘에서 살 수 없다 하지 않았나. 너는 네 아버지 원수를 갚고, 그러면 네가 세 발짝 움직이기 전에 내가 널 죽여서 또 원수를 갚고, 네게 어린 아들놈이 있으니 그 놈이 자라 날 죽여 원수를 갚고, 그런 거지 뭐......"
이야기를 듣고 가만 생각하던 상주는 도끼를 저만치 던져버리고 기둥에 묶인 노인의 새끼줄을 끄르며 말했습니다.
"어르신, 그만 들어가세요. 저희 아버지가 돌아갈 운수여서 그랬지 어르신께 무슨 허물이 있겠어요?"
전해져 오는 우리의 옛 이야기지만 깊이 생각해 볼만한 것이 있습니다. 원수는 원수를 부를 뿐이라는 사실입니다. 당장은 내가 원수를 갚아 속이 시원할지 몰라도 원수는 또 한번의 원수를 부르는 법, 결국 원수를 갚은 자신이 원수의 대상이 되고 맙니다. 어렵고 힘겹더라도 누군가가 나서 고리를 끊지 않으면 원수 갚는 일은 계속해서 이어지며 모두를 무너뜨릴 뿐입니다.
상생(相生)과 공멸(共滅)은 그렇게 가까이 있는 것, 어느 편을 택할지는 우리의 몫입니다.
2005.7.27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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