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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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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을 맞은 지가 얼마 되지 않았고, 이 새로운 숫자에 익숙해진지도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새 11월이 되었습니다. 이내 해는 짧아지고 찬바람이 불겠지요. 성급한 겨울은 서리와 눈을 대동한 채 성큼성큼 망설임 없이 다가올 것이고요.
11월은 말 자체부터가 허전합니다. 11이라는 숫자는 마치 모든 잎새를 떨어뜨린 채 빈 가지로 선 나무들을 연상시킵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옷을 벗듯 잎새를 모두 떨어뜨리고 빈 몸으로 선 나무들이 흔합니다. 성급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때가 되면 벌써 한 해가 기울어간다는 생각부터 듭니다.
누군가는 세월을 두고 '쏜살' 같다고 했고, 누군가는 '유수'와 같다고도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고개를 주억거리게 되는 표현들입니다. '쏜살'이라는 말이 '쏜 화살'이라는 뜻일 터이니, 세월을 두고는 참으로 적절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쏜 화살은 총알과는 달리 날아가는 모습을 눈으로 볼 수가 있습니다. 단지 따라잡을 수가 없을 뿐이지요. 보이긴 보이는데 따라잡을 수가 없는 것, 그게 세월이겠지요.
'유수'라는 말도 그렇습니다. 유수란 흘러가는 물을 말하는 것일 터인데, 세월을 유수에 비기는 것은 물의 연연한 흐름이나 빠르기보다도 한 번 흘러간 물은 다시는 되돌릴 수 없다는 뜻이 더 크지 싶습니다. 흘러간 물을 다시 되돌릴 수 없는 것처럼 한 번 지나간 세월은 어느 누구도 되돌릴 수가 없는 법이지요.
쏜살과 같고 유수와 같은 세월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페르시아 왕이 어느 날 신하들에게 마음이 슬플 때는 기쁘게, 기쁠 때는 슬프게 해 줄 수 있는 물건을 가져 오라 명했습니다. 어떤 슬픔이 찾아와도 그것을 이겨낼 수 있고, 아무리 기쁜 일이 있어도 그것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 수 있는 그 무엇인가를 원했던 것이었겠죠.
세상에 그런 물건이 어디에 있을까요? 신하들은 밤새워 머리를 맞대고 의논을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마침내 왕에게 반지 하나를 바쳤습니다. 왕은 반지에 적힌 글귀를 읽고는 큰 웃음을 터뜨리며 크게 만족했다고 합니다. 반지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감당하기 힘든 슬픔이 찾아올 때 왕은 반지를 쳐다보았겠지요. 그러면서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하며 마음을 다스렸을 것입니다. 아무리 괴로워도 그것이 언젠가는 지나갈 것을 생각하며 위로를 얻었을 것입니다. 벅찬 기쁨이 찾아왔을 때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기쁨과 환희에 도취될 때 문득 반지에 적힌 글을 보며 마음을 지켰을 것입니다.
페르시아 왕에게 신하들이 준 선물을 우리도 간직했으면 좋겠습니다. 때때로 우리에게 감당하기 힘든 슬픔이나 기쁨이 찾아올 때 그것 또한 결국은 지나가고 말 것임을 마음에 기억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한결 가벼워질 수 있을 테니까요. 2005.11.1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11월은 말 자체부터가 허전합니다. 11이라는 숫자는 마치 모든 잎새를 떨어뜨린 채 빈 가지로 선 나무들을 연상시킵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옷을 벗듯 잎새를 모두 떨어뜨리고 빈 몸으로 선 나무들이 흔합니다. 성급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때가 되면 벌써 한 해가 기울어간다는 생각부터 듭니다.
누군가는 세월을 두고 '쏜살' 같다고 했고, 누군가는 '유수'와 같다고도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고개를 주억거리게 되는 표현들입니다. '쏜살'이라는 말이 '쏜 화살'이라는 뜻일 터이니, 세월을 두고는 참으로 적절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쏜 화살은 총알과는 달리 날아가는 모습을 눈으로 볼 수가 있습니다. 단지 따라잡을 수가 없을 뿐이지요. 보이긴 보이는데 따라잡을 수가 없는 것, 그게 세월이겠지요.
'유수'라는 말도 그렇습니다. 유수란 흘러가는 물을 말하는 것일 터인데, 세월을 유수에 비기는 것은 물의 연연한 흐름이나 빠르기보다도 한 번 흘러간 물은 다시는 되돌릴 수 없다는 뜻이 더 크지 싶습니다. 흘러간 물을 다시 되돌릴 수 없는 것처럼 한 번 지나간 세월은 어느 누구도 되돌릴 수가 없는 법이지요.
쏜살과 같고 유수와 같은 세월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페르시아 왕이 어느 날 신하들에게 마음이 슬플 때는 기쁘게, 기쁠 때는 슬프게 해 줄 수 있는 물건을 가져 오라 명했습니다. 어떤 슬픔이 찾아와도 그것을 이겨낼 수 있고, 아무리 기쁜 일이 있어도 그것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 수 있는 그 무엇인가를 원했던 것이었겠죠.
세상에 그런 물건이 어디에 있을까요? 신하들은 밤새워 머리를 맞대고 의논을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마침내 왕에게 반지 하나를 바쳤습니다. 왕은 반지에 적힌 글귀를 읽고는 큰 웃음을 터뜨리며 크게 만족했다고 합니다. 반지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감당하기 힘든 슬픔이 찾아올 때 왕은 반지를 쳐다보았겠지요. 그러면서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하며 마음을 다스렸을 것입니다. 아무리 괴로워도 그것이 언젠가는 지나갈 것을 생각하며 위로를 얻었을 것입니다. 벅찬 기쁨이 찾아왔을 때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기쁨과 환희에 도취될 때 문득 반지에 적힌 글을 보며 마음을 지켰을 것입니다.
페르시아 왕에게 신하들이 준 선물을 우리도 간직했으면 좋겠습니다. 때때로 우리에게 감당하기 힘든 슬픔이나 기쁨이 찾아올 때 그것 또한 결국은 지나가고 말 것임을 마음에 기억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한결 가벼워질 수 있을 테니까요. 2005.11.1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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