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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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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하게 사용하는 물건들 중에는 평소에는 별 고마움을 모르다가도 막상 없으면 적잖은 불편을 겪게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손톱이나 발톱을 깎는 손톱깎이나 귀지를 파내는 귀이개, 머리를 빗는 빗이나 등이 가려울 때 등을 긁는 효자손 등이지요. 평소에는 잘 찾지도 않다가 정작 꼭 필요할 때 그런 것들이 없으면 무척 곤란해지곤 합니다.
그런 물건 중의 하나가 거울입니다. 거울은 사방 어디나 흔하게 있는 것 같지만 막상 거울이 없는 경우를 만나면 당장 곤란해집니다. 얼굴에 뭐가 묻었는지도 알 수가 없고, 옷고름이 바른지 넥타이가 바로 매졌는지도 모르고, 식사 후 이 사이에 고춧가루가 낀 줄도 모르게 됩니다.
계절 때문인지 거울 이야기를 꺼냈습니다만, 거울하면 떠오르는 이야기가 몇 가지 있습니다. '때거울'이라는 우리말이 생각납니다. 어릴 적 초등학교 교실의 마룻바닥이 그랬습니다. 얼마나 윤이 반질반질거리는지 그 윤에 사람의 얼굴까지 비춰볼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바로 그런 것을 가리켜 때거울이라 불렀다 합니다. 전혀 거울의 역할을 할 수 없는 것 같아도, 손길이 거듭되는 사이 마침내 자신의 모습을 비춰볼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때거울이라는 말은 소중한 의미로 와 닿습니다.
윤동주의 '자화상'이라는 시도 생각이 납니다.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나선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우물 속에는 달도 밝고, 구름도 흐르고, 파란 바람이 불고 가을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는데, 우물을 바라보던 시인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섭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 집니다. 다시 돌아가 들여다보니 그 사나이는 그냥 그대로 있는데, 다시 보니 다시 미워져 돌아서는데 이번에는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맑은 우물을 거울삼아 밉고 가엾고 그러다가 마침내는 그리운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시인의 마음이 잘 담겨 있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의 고백도 떠오릅니다. 지금이야 가장 위대한 화가로 수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지만, 살아 생전 고흐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지독하게 가난하고 외로운 길을 걸어갔습니다. 그런 절대의 고독과 가난이 그의 그림을 위대하게 만들어주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고흐의 마음을 유일하게 알아주었던 이가 있었다면, 그는 고흐의 동생 테오였을 것입니다. 테오는 형을 이해하려고 했고, 어떻게 해서든지 형에게 힘이 되려고 합니다. 그런 동생에게 고흐는 자기의 속마음을 편지로 쏟아놓는데, 고흐가 동생에게 보낸 편지 중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모델을 구하지 못해서 대신 내 얼굴을 그리기 위해 일부러 좀 좋은 거울을 샀다."(1888년 9월)
겨울의 초입을 넘었으니 이젠 추위와 어둠에 익숙해질 때입니다. 이 계절에 우리에게 좋은 거울이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단지 우리의 얼굴이 아니라 우리의 속 마음을 비춰볼 수 있는 마음의 거울 2005.11.14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그런 물건 중의 하나가 거울입니다. 거울은 사방 어디나 흔하게 있는 것 같지만 막상 거울이 없는 경우를 만나면 당장 곤란해집니다. 얼굴에 뭐가 묻었는지도 알 수가 없고, 옷고름이 바른지 넥타이가 바로 매졌는지도 모르고, 식사 후 이 사이에 고춧가루가 낀 줄도 모르게 됩니다.
계절 때문인지 거울 이야기를 꺼냈습니다만, 거울하면 떠오르는 이야기가 몇 가지 있습니다. '때거울'이라는 우리말이 생각납니다. 어릴 적 초등학교 교실의 마룻바닥이 그랬습니다. 얼마나 윤이 반질반질거리는지 그 윤에 사람의 얼굴까지 비춰볼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바로 그런 것을 가리켜 때거울이라 불렀다 합니다. 전혀 거울의 역할을 할 수 없는 것 같아도, 손길이 거듭되는 사이 마침내 자신의 모습을 비춰볼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때거울이라는 말은 소중한 의미로 와 닿습니다.
윤동주의 '자화상'이라는 시도 생각이 납니다.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나선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우물 속에는 달도 밝고, 구름도 흐르고, 파란 바람이 불고 가을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는데, 우물을 바라보던 시인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섭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 집니다. 다시 돌아가 들여다보니 그 사나이는 그냥 그대로 있는데, 다시 보니 다시 미워져 돌아서는데 이번에는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맑은 우물을 거울삼아 밉고 가엾고 그러다가 마침내는 그리운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시인의 마음이 잘 담겨 있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의 고백도 떠오릅니다. 지금이야 가장 위대한 화가로 수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지만, 살아 생전 고흐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지독하게 가난하고 외로운 길을 걸어갔습니다. 그런 절대의 고독과 가난이 그의 그림을 위대하게 만들어주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고흐의 마음을 유일하게 알아주었던 이가 있었다면, 그는 고흐의 동생 테오였을 것입니다. 테오는 형을 이해하려고 했고, 어떻게 해서든지 형에게 힘이 되려고 합니다. 그런 동생에게 고흐는 자기의 속마음을 편지로 쏟아놓는데, 고흐가 동생에게 보낸 편지 중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모델을 구하지 못해서 대신 내 얼굴을 그리기 위해 일부러 좀 좋은 거울을 샀다."(1888년 9월)
겨울의 초입을 넘었으니 이젠 추위와 어둠에 익숙해질 때입니다. 이 계절에 우리에게 좋은 거울이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단지 우리의 얼굴이 아니라 우리의 속 마음을 비춰볼 수 있는 마음의 거울 2005.11.14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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