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2249. 마음의 거울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1601 추천 수 0 2006.01.21 00:17:05
.........
우리가 흔하게 사용하는 물건들 중에는 평소에는 별 고마움을 모르다가도 막상 없으면 적잖은 불편을 겪게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손톱이나 발톱을 깎는 손톱깎이나 귀지를 파내는 귀이개, 머리를 빗는 빗이나 등이 가려울 때 등을 긁는 효자손 등이지요. 평소에는 잘 찾지도 않다가 정작 꼭 필요할 때 그런 것들이 없으면 무척 곤란해지곤 합니다.
그런 물건 중의 하나가 거울입니다. 거울은 사방 어디나 흔하게 있는 것 같지만 막상 거울이 없는 경우를 만나면 당장 곤란해집니다. 얼굴에 뭐가 묻었는지도 알 수가 없고, 옷고름이 바른지 넥타이가 바로 매졌는지도 모르고, 식사 후 이 사이에 고춧가루가 낀 줄도 모르게 됩니다.
계절 때문인지 거울 이야기를 꺼냈습니다만, 거울하면 떠오르는 이야기가 몇 가지 있습니다. '때거울'이라는 우리말이 생각납니다. 어릴 적 초등학교 교실의 마룻바닥이 그랬습니다. 얼마나 윤이 반질반질거리는지 그 윤에 사람의 얼굴까지 비춰볼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바로 그런 것을 가리켜 때거울이라 불렀다 합니다. 전혀 거울의 역할을 할 수 없는 것 같아도, 손길이 거듭되는 사이 마침내 자신의 모습을 비춰볼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때거울이라는 말은 소중한 의미로 와 닿습니다.
윤동주의 '자화상'이라는 시도 생각이 납니다.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나선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우물 속에는 달도 밝고, 구름도 흐르고, 파란 바람이 불고 가을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는데, 우물을 바라보던 시인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섭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 집니다. 다시 돌아가 들여다보니 그 사나이는 그냥 그대로 있는데, 다시 보니 다시 미워져 돌아서는데 이번에는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맑은 우물을 거울삼아 밉고 가엾고 그러다가 마침내는 그리운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시인의 마음이 잘 담겨 있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의 고백도 떠오릅니다. 지금이야 가장 위대한 화가로 수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지만, 살아 생전 고흐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지독하게 가난하고 외로운 길을 걸어갔습니다. 그런 절대의 고독과 가난이 그의 그림을 위대하게 만들어주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고흐의 마음을 유일하게 알아주었던 이가 있었다면, 그는 고흐의 동생 테오였을 것입니다. 테오는 형을 이해하려고 했고, 어떻게 해서든지 형에게 힘이 되려고 합니다. 그런 동생에게 고흐는 자기의 속마음을 편지로 쏟아놓는데, 고흐가 동생에게 보낸 편지 중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모델을 구하지 못해서 대신 내 얼굴을 그리기 위해 일부러 좀 좋은 거울을 샀다."(1888년 9월)
겨울의 초입을 넘었으니 이젠 추위와 어둠에 익숙해질 때입니다. 이 계절에 우리에게 좋은 거울이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단지 우리의 얼굴이 아니라 우리의 속 마음을 비춰볼 수 있는 마음의 거울  2005.11.14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325 이현주 사랑을 위해서 일을 한다 이현주 2006-02-20 3075
4324 이현주 있는 것 이현주 2006-02-20 3100
4323 이현주 마찬가지 이현주 2006-02-20 2900
4322 홍승표 [황필호] 나는이렇게 살겠다 홍승표 2006-02-11 3505
4321 홍승표 [함석헌] 산 홍승표 2006-02-11 3063
4320 홍승표 [스코트 팩] 아이를 잘 키우는 법 홍승표 2006-02-11 3458
4319 홍승표 [박범신] 대학생 딸이 고독할 때 홍승표 2006-02-11 3441
4318 홍승표 [인디언] 마지막 말 홍승표 2006-02-11 3078
4317 홍승표 [천양희] 사람의 일 홍승표 2006-02-11 3147
4316 홍승표 [황문찬] 바람의 길 홍승표 2006-02-11 2949
4315 홍승표 [조희선] 종지기에게 홍승표 2006-02-11 3035
4314 홍승표 [표영수] 명약 홍승표 2006-02-11 3242
4313 홍승표 [이안눌] 편지를 붙이며 홍승표 2006-02-11 3080
4312 홍승표 [김현승] 흙 한 줌 이슬 한 방울 홍승표 2006-02-11 4174
4311 이현주 에고로 에고를 반대하면 이현주 2006-02-07 3050
4310 이현주 연극 이현주 2006-02-07 2889
4309 이현주 버릇 이현주 2006-02-07 2749
4308 이현주 소리 이현주 2006-02-07 3082
4307 이현주 사랑하지 말아라 이현주 2006-02-07 3101
4306 이현주 밥 먹을 때는 밥을 먹으라 이현주 2006-02-07 3156
4305 이현주 돈을 사랑하는 것 이현주 2006-02-07 2905
4304 이현주 돋보기 [1] 이현주 2006-01-30 3090
4303 이현주 착각 이현주 2006-01-30 2975
4302 이현주 폭력 이현주 2006-01-30 3053
4301 이현주 교훈 이현주 2006-01-30 2949
4300 이현주 모든 일에 감사한다 이현주 2006-01-30 3464
4299 이현주 농과 공 이현주 2006-01-30 2828
4298 이현주 새소리 이현주 2006-01-30 2931
4297 한희철 2260.당근 하나가 주는 교훈 한희철 2006-01-30 1866
4296 한희철 2259. 추워야 풍년이 든다 한희철 2006-01-30 1958
4295 한희철 2258. 진정한 부자 한희철 2006-01-30 1699
4294 한희철 2257. 나를 지나간 바람 한희철 2006-01-30 1815
4293 한희철 2256. 새 술은 새 부대에 한희철 2006-01-30 2008
4292 한희철 2255. 빠뜨려선 안 될 것 한희철 2006-01-21 1738
4291 한희철 2254. 할매, 하느님 한희철 2006-01-21 1592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