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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1. 이상한 병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1610 추천 수 0 2006.01.21 00: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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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자기 나이 두 배 속도로 간다고, 누군가 그러더군요. 가벼운 농이라고 하기에는 공감되는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생각해보면 어릴 적 하루는 꽤나 길었던 것 같습니다. 계절마다 누리는 것이 많아서였겠지요, 계절도 충분한 의미를 갖고 충실한 걸음으로 지나갔습니다. 한 해 한 해는 더욱 그랬지요. 어서 컸으면 싶은 마음이 때마다 있었지만 나이를 한 살 더 먹게 해주는 떡국을 먹는 설날은 고작 일년에 한 번 돌아올 뿐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어느 날부터인가 시간이 마구 달려가는 것만 같습니다. 고장난 시계가 정신 없이 돌아가는 것처럼, 둥근 공이 경사진 비탈길을 내달리는 것처럼 시간이 질주를 합니다. 하루 하루가, 일주일이, 한 달이, 계절이, 그리고 한해가 곤두박질치듯 순식간에 지나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어느새 12월, 한 해를 정리해야 할 때입니다. 흘러가는 세월을 두고 '이상한 병'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몸이 이상해 용한 의원을 찾았다. 이리저리 맥을 짚어 본 수염이 허연 의원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거 묘한 병이구먼. 말로만 듣던 바로 그 병이야."
의원의 근심 어린 표정과 말을 듣고 자기 병이 심상치 않음을 안 그가 다그쳐 물었다.
"한 걸음에 하루가 감해지는 병이라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의원이 대답했다.
"무슨 약이 없겠습니까?"
"없네. 혹시 자네 마음이 약이 될 수 있을지도......."
집으로 돌아온 그의 삶은 그 날부터 달라졌다. 집안에 틀어박혀 꼼짝을 하지 않았다. 한 발짝을 옮길 때마다 하루가 감해진다니, 줄어드는 하루와 바꿀만한 걸음이 어디 쉽겠는가.
일도 다 그만두고 밥도 똥도 방에서 먹고 방에서 누었다. 그는 갈수록 야위어져 갔고, 결국은 몸져눕고 말았다.
다 죽어가던 어느 날 그가 생각을 고쳐 먹었다. 어차피 죽을 것이라면 하고 싶은 걸 하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한동안 놓았던 농사일을 다시 시작했다. 논과 밭에 수북하게 자라 오른 풀도 뽑았고, 땅을 갈아 씨앗도 뿌렸다. 그 동안 만나지 않던 친구들도 찾아가 만났다.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한 걸음의 의미를 생각했다. 하루와 바꿀만한 걸음이 되도록 힘차고 뜻 있게 내디뎠다.
하루가 다르게 그의 삶은 달라졌고, 어느 샌지 병도 나았다. 이상한 병이었다.>
무심하게 흘러가는 세월의 흐름을 탓하거나 아쉬워할 것이 아니라, 매순간 순간을 값지게 보내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 나 자신도 '이상한 병'에 걸린 것은 아닌지를 돌아보며, 한 걸음 한 걸음을 내 하루와 맞바꿔도 좋을 만큼의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2005.11.28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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