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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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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자기 나이 두 배 속도로 간다고, 누군가 그러더군요. 가벼운 농이라고 하기에는 공감되는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생각해보면 어릴 적 하루는 꽤나 길었던 것 같습니다. 계절마다 누리는 것이 많아서였겠지요, 계절도 충분한 의미를 갖고 충실한 걸음으로 지나갔습니다. 한 해 한 해는 더욱 그랬지요. 어서 컸으면 싶은 마음이 때마다 있었지만 나이를 한 살 더 먹게 해주는 떡국을 먹는 설날은 고작 일년에 한 번 돌아올 뿐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어느 날부터인가 시간이 마구 달려가는 것만 같습니다. 고장난 시계가 정신 없이 돌아가는 것처럼, 둥근 공이 경사진 비탈길을 내달리는 것처럼 시간이 질주를 합니다. 하루 하루가, 일주일이, 한 달이, 계절이, 그리고 한해가 곤두박질치듯 순식간에 지나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어느새 12월, 한 해를 정리해야 할 때입니다. 흘러가는 세월을 두고 '이상한 병'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몸이 이상해 용한 의원을 찾았다. 이리저리 맥을 짚어 본 수염이 허연 의원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거 묘한 병이구먼. 말로만 듣던 바로 그 병이야."
의원의 근심 어린 표정과 말을 듣고 자기 병이 심상치 않음을 안 그가 다그쳐 물었다.
"한 걸음에 하루가 감해지는 병이라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의원이 대답했다.
"무슨 약이 없겠습니까?"
"없네. 혹시 자네 마음이 약이 될 수 있을지도......."
집으로 돌아온 그의 삶은 그 날부터 달라졌다. 집안에 틀어박혀 꼼짝을 하지 않았다. 한 발짝을 옮길 때마다 하루가 감해진다니, 줄어드는 하루와 바꿀만한 걸음이 어디 쉽겠는가.
일도 다 그만두고 밥도 똥도 방에서 먹고 방에서 누었다. 그는 갈수록 야위어져 갔고, 결국은 몸져눕고 말았다.
다 죽어가던 어느 날 그가 생각을 고쳐 먹었다. 어차피 죽을 것이라면 하고 싶은 걸 하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한동안 놓았던 농사일을 다시 시작했다. 논과 밭에 수북하게 자라 오른 풀도 뽑았고, 땅을 갈아 씨앗도 뿌렸다. 그 동안 만나지 않던 친구들도 찾아가 만났다.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한 걸음의 의미를 생각했다. 하루와 바꿀만한 걸음이 되도록 힘차고 뜻 있게 내디뎠다.
하루가 다르게 그의 삶은 달라졌고, 어느 샌지 병도 나았다. 이상한 병이었다.>
무심하게 흘러가는 세월의 흐름을 탓하거나 아쉬워할 것이 아니라, 매순간 순간을 값지게 보내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 나 자신도 '이상한 병'에 걸린 것은 아닌지를 돌아보며, 한 걸음 한 걸음을 내 하루와 맞바꿔도 좋을 만큼의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2005.11.28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그러던 것이 어느 날부터인가 시간이 마구 달려가는 것만 같습니다. 고장난 시계가 정신 없이 돌아가는 것처럼, 둥근 공이 경사진 비탈길을 내달리는 것처럼 시간이 질주를 합니다. 하루 하루가, 일주일이, 한 달이, 계절이, 그리고 한해가 곤두박질치듯 순식간에 지나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어느새 12월, 한 해를 정리해야 할 때입니다. 흘러가는 세월을 두고 '이상한 병'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몸이 이상해 용한 의원을 찾았다. 이리저리 맥을 짚어 본 수염이 허연 의원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거 묘한 병이구먼. 말로만 듣던 바로 그 병이야."
의원의 근심 어린 표정과 말을 듣고 자기 병이 심상치 않음을 안 그가 다그쳐 물었다.
"한 걸음에 하루가 감해지는 병이라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의원이 대답했다.
"무슨 약이 없겠습니까?"
"없네. 혹시 자네 마음이 약이 될 수 있을지도......."
집으로 돌아온 그의 삶은 그 날부터 달라졌다. 집안에 틀어박혀 꼼짝을 하지 않았다. 한 발짝을 옮길 때마다 하루가 감해진다니, 줄어드는 하루와 바꿀만한 걸음이 어디 쉽겠는가.
일도 다 그만두고 밥도 똥도 방에서 먹고 방에서 누었다. 그는 갈수록 야위어져 갔고, 결국은 몸져눕고 말았다.
다 죽어가던 어느 날 그가 생각을 고쳐 먹었다. 어차피 죽을 것이라면 하고 싶은 걸 하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한동안 놓았던 농사일을 다시 시작했다. 논과 밭에 수북하게 자라 오른 풀도 뽑았고, 땅을 갈아 씨앗도 뿌렸다. 그 동안 만나지 않던 친구들도 찾아가 만났다.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한 걸음의 의미를 생각했다. 하루와 바꿀만한 걸음이 되도록 힘차고 뜻 있게 내디뎠다.
하루가 다르게 그의 삶은 달라졌고, 어느 샌지 병도 나았다. 이상한 병이었다.>
무심하게 흘러가는 세월의 흐름을 탓하거나 아쉬워할 것이 아니라, 매순간 순간을 값지게 보내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 나 자신도 '이상한 병'에 걸린 것은 아닌지를 돌아보며, 한 걸음 한 걸음을 내 하루와 맞바꿔도 좋을 만큼의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2005.11.28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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