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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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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상지대학에 있는 한 교수님을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편안한 분위가의 교수실에 앉아 모처럼 밀린 얘기들을 나눴습니다. 얘기를 나누던 중 교수님은 얼마 전 일본을 다녀올 때 구한 것이라며 책장에서 책 한 권을 빼들었습니다. 서점에 들렸다 우연히 구하게 됐다는 시집이었습니다. 호시노라는 일본 사람이 쓴 책이었는데, 그가 직접 쓴 시와 그림들이 함께 어울려 있었습니다.
교수님의 설명을 들으니 호시노는 철봉을 하다 떨어지는 바람에 척추를 다쳐 몸을 전혀 쓰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겨우 입에 붓을 물고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는데, 한껏 해도 하루에 두 시간 이상은 붓을 물을 수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입에 붓을 물고서 그리고 쓴 시와 그림, 일본어를 전혀 모르는 나지만 그림과 글씨가 붓을 입으로 물어 작업한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힘차고 따뜻하게 보였습니다. 표지 안쪽에는 병상에 누워있는 호시노의 사진이 있었는데, 그는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조용하지만 고난에 굴하지 않은 장한 웃음이었습니다.
교수님은 호시노의 시 중에서 한편을 골라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번역을 해주었습니다.
'바람'이라는 시였습니다.
바람은 보이지 않지만
나무에 불면
녹색의 바람이 되고
꽃에 불면
꽃바람이 된다.
방금
나를 지나간 바람은
어떤 바람이 됐을까.
나무에 불면 녹색의 바람이 되고 꽃에 불면 꽃바람이 되는, 그 바람이 나를 지나갔을 땐 어떤 바람이 됐을까 하고 스스로에게 던지는, 자기 존재에 대한 엄숙한 물음과 반성이 쉽지 않은 무게로 와 닿았습니다.
팔과 다리를 전혀 쓰지 못하고, 입으로나 그림과 글씨를 쓸 수밖에 없는 그였지만, 그런 큰 고통 속에서도 그는 자기다움을 잃지 않음으로 그를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에게 큰 위로와 용기를 주고 있었습니다.
방금 나를 지나간 바람은 어떤 바람이 되었을까요. 2006.1.3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교수님의 설명을 들으니 호시노는 철봉을 하다 떨어지는 바람에 척추를 다쳐 몸을 전혀 쓰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겨우 입에 붓을 물고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는데, 한껏 해도 하루에 두 시간 이상은 붓을 물을 수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입에 붓을 물고서 그리고 쓴 시와 그림, 일본어를 전혀 모르는 나지만 그림과 글씨가 붓을 입으로 물어 작업한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힘차고 따뜻하게 보였습니다. 표지 안쪽에는 병상에 누워있는 호시노의 사진이 있었는데, 그는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조용하지만 고난에 굴하지 않은 장한 웃음이었습니다.
교수님은 호시노의 시 중에서 한편을 골라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번역을 해주었습니다.
'바람'이라는 시였습니다.
바람은 보이지 않지만
나무에 불면
녹색의 바람이 되고
꽃에 불면
꽃바람이 된다.
방금
나를 지나간 바람은
어떤 바람이 됐을까.
나무에 불면 녹색의 바람이 되고 꽃에 불면 꽃바람이 되는, 그 바람이 나를 지나갔을 땐 어떤 바람이 됐을까 하고 스스로에게 던지는, 자기 존재에 대한 엄숙한 물음과 반성이 쉽지 않은 무게로 와 닿았습니다.
팔과 다리를 전혀 쓰지 못하고, 입으로나 그림과 글씨를 쓸 수밖에 없는 그였지만, 그런 큰 고통 속에서도 그는 자기다움을 잃지 않음으로 그를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에게 큰 위로와 용기를 주고 있었습니다.
방금 나를 지나간 바람은 어떤 바람이 되었을까요. 2006.1.3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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