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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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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해져오는 속담 중에는 농사와 관련된 속담이 많은데, 이래야 풍년이 든다거나 저래서 흉년이 든다는 내용이 많습니다. 세상의 모든 고개 중 가장 무서운 고개인 보릿고개를 넘어야 했던 시절,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징조를 통해서도 풍년과 흉년을 짐작해보려는 마음은 그만큼 절실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두견새가 소쩍소쩍 울면 풍년이 들고 소똥소똥 울면 흉년이 든다는 말이나, 정월 보름날 아침에 소가 밥을 먼저 먹으면 풍년이 들고 나물을 먼저 먹으면 흉년이 든다는 말처럼 엉뚱하게 들리는 말도 있습니다. 그러나 눈 많이 오는 해는 풍년이 들고 비 많이 오는 해는 흉년이 든다거나, 봄 안개는 천 석을 감하고 가을 안개는 천 석을 보태준다는 말처럼 그럴듯한 근거를 가진 말들도 있습니다.
벼농사와 함께 보리농사가 중요했던 옛날에는 겨울에 많이 오는 눈은 풍년을 예감하게 하는 좋은 징조였습니다. 겨울을 나는 동안 보리는 두 가지 위험을 겪게 됩니다. 이른바 '갈사'와 '동사'가 그것이지요. '갈사'란 말라죽는 것이요, '동사'란 얼어죽는 것이니, 겨울을 나야하는 보리농사로선 늘 신경이 쓰이는 일이 아닐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눈이 많이 오면 '갈사'도 피할 수 있었고, '동사'도 피할 수가 있었습니다. 수북히 쌓인 눈이 보리에게 물기를 전해주었을 뿐만이 아니라 솜이불처럼 보리를 덮어주었으니, 이래저래 추운 겨울을 나야 하는 보리로선 더없이 고마운 게 눈이었습니다.
동짓날이 추워야 풍년이 든다는 말도 꽤나 근거가 있는 말이었습니다. 겨울 추위가 이듬해 풍년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생각할지 몰라도, 겨울이 겨울답게 추워야 병충해 피해가 줄어들 수 있었습니다. 겨울을 따뜻하게 나면 온갖 해충들이 죽지 않고 살아남아 다음해 농사를 망치게 했던 것입니다.
올 겨울은 유난스레 춥기도 춥고 눈도 흔합니다. 내리는 눈을 낭만적으로 보기에는 너무도 많은 눈이 내렸고, 호남지방은 눈 폭탄이라 부를 만큼 피해가 엄청났습니다. 가볍게 날리는 눈이 까짓 무거워야 얼마나 무거우랴 싶지만, 쌓인 눈으로 비닐하우스와 축사가 무너지고, 지붕이 내려앉는 등 그 피해규모가 생각을 뛰어넘어 결국은 자연재해라 부를 정도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눈으로 인한 피해가 적지 않은 터에 황우석 박사의 논문조작 일까지 겹쳐 우리는 이래저래 매섭고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셈입니다. 칼날 바람을 맨몸으로 맞는 듯한 허전함과 혼란을 아프게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겨울이 추워야 풍년이 든다는 말을 새롭게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어디 그게 농사뿐이겠습니까. 우리 삶 또한 추울 땐 추워야 하는 법, 그래야 허망한 생각이 없어져 정직하고 착하게 살려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겠지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추위를 우리가 새로워지는 계기로 삼는다면 우리는 이 추위를 겪은 자만이 거둘 수 있는 풍성하고 아름다운 열매를 거둘 수 있게 될 것입니다. 2006.1.19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두견새가 소쩍소쩍 울면 풍년이 들고 소똥소똥 울면 흉년이 든다는 말이나, 정월 보름날 아침에 소가 밥을 먼저 먹으면 풍년이 들고 나물을 먼저 먹으면 흉년이 든다는 말처럼 엉뚱하게 들리는 말도 있습니다. 그러나 눈 많이 오는 해는 풍년이 들고 비 많이 오는 해는 흉년이 든다거나, 봄 안개는 천 석을 감하고 가을 안개는 천 석을 보태준다는 말처럼 그럴듯한 근거를 가진 말들도 있습니다.
벼농사와 함께 보리농사가 중요했던 옛날에는 겨울에 많이 오는 눈은 풍년을 예감하게 하는 좋은 징조였습니다. 겨울을 나는 동안 보리는 두 가지 위험을 겪게 됩니다. 이른바 '갈사'와 '동사'가 그것이지요. '갈사'란 말라죽는 것이요, '동사'란 얼어죽는 것이니, 겨울을 나야하는 보리농사로선 늘 신경이 쓰이는 일이 아닐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눈이 많이 오면 '갈사'도 피할 수 있었고, '동사'도 피할 수가 있었습니다. 수북히 쌓인 눈이 보리에게 물기를 전해주었을 뿐만이 아니라 솜이불처럼 보리를 덮어주었으니, 이래저래 추운 겨울을 나야 하는 보리로선 더없이 고마운 게 눈이었습니다.
동짓날이 추워야 풍년이 든다는 말도 꽤나 근거가 있는 말이었습니다. 겨울 추위가 이듬해 풍년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생각할지 몰라도, 겨울이 겨울답게 추워야 병충해 피해가 줄어들 수 있었습니다. 겨울을 따뜻하게 나면 온갖 해충들이 죽지 않고 살아남아 다음해 농사를 망치게 했던 것입니다.
올 겨울은 유난스레 춥기도 춥고 눈도 흔합니다. 내리는 눈을 낭만적으로 보기에는 너무도 많은 눈이 내렸고, 호남지방은 눈 폭탄이라 부를 만큼 피해가 엄청났습니다. 가볍게 날리는 눈이 까짓 무거워야 얼마나 무거우랴 싶지만, 쌓인 눈으로 비닐하우스와 축사가 무너지고, 지붕이 내려앉는 등 그 피해규모가 생각을 뛰어넘어 결국은 자연재해라 부를 정도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눈으로 인한 피해가 적지 않은 터에 황우석 박사의 논문조작 일까지 겹쳐 우리는 이래저래 매섭고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셈입니다. 칼날 바람을 맨몸으로 맞는 듯한 허전함과 혼란을 아프게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겨울이 추워야 풍년이 든다는 말을 새롭게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어디 그게 농사뿐이겠습니까. 우리 삶 또한 추울 땐 추워야 하는 법, 그래야 허망한 생각이 없어져 정직하고 착하게 살려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겠지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추위를 우리가 새로워지는 계기로 삼는다면 우리는 이 추위를 겪은 자만이 거둘 수 있는 풍성하고 아름다운 열매를 거둘 수 있게 될 것입니다. 2006.1.19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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