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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5 촛불 하나의 온기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2251 추천 수 0 2006.12.30 10:5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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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5 촛불 하나의 온기
                                                            
극동 오지를 탐사하고 탐사의 결과를 기록한 <데르수 우잘라>라는 책에 보면 도시 생활에 익숙해진 우리에게는 낯설게 여겨지는 이야기들이 제법 담겨 있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성냥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성공적인 탐사를 위해서는 각종 준비물들을 꼼꼼하게 챙겨야 하는데, 탐사활동에 있어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성냥을 제대로 간수하는 일이었습니다. 1900년대 초였으니 아직 라이터가 만들어지기 전이었던가 봅니다. 만약 누군가 탐사에 가장 필요한 물품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자기는 주저 없이 성냥을 꼽겠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었습니다. 단 한 번의 부주의로 성냥이 몽땅 젖어버리는 일을 숱하게 경험한다는 것입니다. 늪지대나 산악지대는 워낙 습도가 높아 가죽이나 고무로 싸봤자 소용이 없고, 특히 비가 쏟아지기 직전에는 아무리 신경을 써서 보관한 성냥이라도 불이 붙지를 않는다고 합니다.
성냥을 보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크기가 비슷한 나무상자에 성냥을 보관하는 것입니다. 나무는 습기를 빨아들이기 때문에 날씨가 아무리 흐려도 성냥을 항상 건조하게 보관할 수가 있다는 것이지요.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성냥이 오지탐사에 그렇게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은 오늘 우리에겐 별로 실감이 나지 않는 일입니다.
오래 전에 치악산 기슭에서 그림을 그리며 사는 화가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 젊은 화가는 뜻밖에도 흙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가장 자연스러운 표현 방법으로 흙으로 그림을 그리는 방법을 찾기까지 5년의 세월을 보내야했다고 했지만, 편하게 누운 덩치 큰 황소, 소잔등에 올라탄 아이, 아이 품에 안겨 잠든 까치, 맘껏 늘어진 소나무와 그 위에 걸린 둥근 달, 흙으로 그려져 있는 그 모든 그림들을 보면서도 그 말은 쉬 믿겨지질 않았습니다.
화가를 만난 날은 치악산 계곡의 바람이 매섭게 불어대던 추운 겨울밤이었고, 그의 작업실은 허름한 농가였습니다. 문풍지 사이로 밤바람이 앵앵대는 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따뜻한 차를 마시며 밤을 새워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날 화가가 했던 말 중에 잊혀지지 않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추운 겨울밤이라도 방안에 촛불 하나만 켜 두면 방안의 물이 얼지를 않는다는 말이었습니다. 얼음장 같은 고독을 경험한 자기 고백이지 싶었습니다. 약하기 그지없는 촛불이지만 그래도 그 촛불 하나가 타오름으로 겨울방의 최소한의 온도를 지킨다는 말은 귀한 잠언처럼 들려 왔습니다.
느닷없는 폭우로 한순간 삶의 근거를 잃어버린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집과 살림살이와 애써 가꾼 곡식과 농토를 한꺼번에 잃어버리고 살아갈 힘마저 잃어버린 이들이 있습니다.
내가 전하는 정성이 그 큰 아픔을 덮거나 감싸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하여도 성냥과 촛불 하나의 소중함을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서로의 희망이 아주 꺼지지 않도록 최소한의 온기라도 전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2006.7.30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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