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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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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0 밤송이를 헤치는 꿈
엉뚱한 질문에 기발한 답을 찾아내는 수수께끼 중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따끔이 속에 빤질이, 빤질이 속에 털털이, 털털이 속에 얌얌이가 있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하는 것입니다. 따끔이, 빤질이, 털털이, 얌얌이 등의 말이 흔하게 쓰는 말이 아니어서 쉽게 짐작하기가 어렵지만 그래도 가만 하나하나의 뜻을 짚어보면 생각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가을철 열리는 열매 중 하나인 밤을 두고 한 말입니다. 밤은 따끔따끔한 가시와 두껍고 빤들빤들한 겉껍질과 떫은 속껍질을 벗겨내야 비로소 고소하고 오들오들한 맛을 볼 수가 있습니다. 따끔이, 빤질이, 털털이, 얌얌이는 모두 밤을 벗겨내며 만나게 되는 밤알의 특성을 재미있게 표현한 말들이었던 것입니다.
소설가 박완서 씨는 동화집 <달걀은 달걀로 갚으렴>을 펴내며 머리말 삼아 쓴 글에서 무엇이 사람으로 하여금 몇 겹의 난관을 뚫고 제일 처음으로 밤알의 맛을 보게 하였을까 하는 것을 묻고 있습니다.
우리야 밤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어 가을이 되면 밤을 따서 밤송이의 가시 속을 막대기로 벌리고 헤쳐 밤알을 꺼낼 줄 압니다. 하지만 처음으로 밤을 본 옛 사람은 온통 가시로 둘러싸인 밤송이 속에 고소한 밤알이 들어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이야기를 듣고 보니 궁금해집니다. 제일 처음으로 밤알의 맛을 보게 된 것에 대해서 박완서 씨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몽둥이와 돌멩이였을 거라구요? 꼬챙이였을 거라구요? 아니, 원시인의 억센 이빨이었을 거라구요? 아니 아니 그 일은 원시인의 뾰족한 손톱과 발톱 아니면 안 되었을 거라구요? 다 옳은 소리입니다. 그러나 몽둥이나 돌멩이, 이빨이나 손톱이 제일 처음의 것은 아닙니다.”
물론 밤알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를 알기 위해선 몽둥이나 돌멩이와 같은 도구를 썼을지도 모릅니다. 원시인의 억센 이빨이나 강한 손톱이 사용되었을지도 모를 일이지요. 그러나 박완서 씨는 밤알의 맛을 제일 처음으로 맛보게 한 것은 사람들의 꿈이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제일 처음의 것은 사람들의 꿈이었다고, 저 험악하게 생긴 것 속에 어쩌면 가장 맛좋은 것이 숨어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의 꿈이었다는 것입니다.
비록 가시투성이지만 그 속에 무엇이 들어있을까 궁금해 했던, 껍질 하나를 벗겨내면 떫은맛을 내는 얇은 막이 나오지만, 그래도 그 속에 어쩌면 가장 맛있는 것이 들어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꿈이 처음으로 밤의 맛을 보게 했을 것이라는 말에 공감을 하게 됩니다.
꿈은 그렇게 갖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가시투성이 속에 가장 맛있는 것이 들어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꿈은 시작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런 꿈이 밤의 맛을 처음으로 보게 하는 것이고요. 꿈은 밤송이의 가시를 헤치게 하고, 떫은맛을 견뎌 마침내 밤의 단맛을 보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가시투성이와 같은 삶속에서도 꿈을 간직해야 할 이유는 충분히 있는 것입니다. 2006.9.4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엉뚱한 질문에 기발한 답을 찾아내는 수수께끼 중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따끔이 속에 빤질이, 빤질이 속에 털털이, 털털이 속에 얌얌이가 있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하는 것입니다. 따끔이, 빤질이, 털털이, 얌얌이 등의 말이 흔하게 쓰는 말이 아니어서 쉽게 짐작하기가 어렵지만 그래도 가만 하나하나의 뜻을 짚어보면 생각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가을철 열리는 열매 중 하나인 밤을 두고 한 말입니다. 밤은 따끔따끔한 가시와 두껍고 빤들빤들한 겉껍질과 떫은 속껍질을 벗겨내야 비로소 고소하고 오들오들한 맛을 볼 수가 있습니다. 따끔이, 빤질이, 털털이, 얌얌이는 모두 밤을 벗겨내며 만나게 되는 밤알의 특성을 재미있게 표현한 말들이었던 것입니다.
소설가 박완서 씨는 동화집 <달걀은 달걀로 갚으렴>을 펴내며 머리말 삼아 쓴 글에서 무엇이 사람으로 하여금 몇 겹의 난관을 뚫고 제일 처음으로 밤알의 맛을 보게 하였을까 하는 것을 묻고 있습니다.
우리야 밤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어 가을이 되면 밤을 따서 밤송이의 가시 속을 막대기로 벌리고 헤쳐 밤알을 꺼낼 줄 압니다. 하지만 처음으로 밤을 본 옛 사람은 온통 가시로 둘러싸인 밤송이 속에 고소한 밤알이 들어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이야기를 듣고 보니 궁금해집니다. 제일 처음으로 밤알의 맛을 보게 된 것에 대해서 박완서 씨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몽둥이와 돌멩이였을 거라구요? 꼬챙이였을 거라구요? 아니, 원시인의 억센 이빨이었을 거라구요? 아니 아니 그 일은 원시인의 뾰족한 손톱과 발톱 아니면 안 되었을 거라구요? 다 옳은 소리입니다. 그러나 몽둥이나 돌멩이, 이빨이나 손톱이 제일 처음의 것은 아닙니다.”
물론 밤알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를 알기 위해선 몽둥이나 돌멩이와 같은 도구를 썼을지도 모릅니다. 원시인의 억센 이빨이나 강한 손톱이 사용되었을지도 모를 일이지요. 그러나 박완서 씨는 밤알의 맛을 제일 처음으로 맛보게 한 것은 사람들의 꿈이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제일 처음의 것은 사람들의 꿈이었다고, 저 험악하게 생긴 것 속에 어쩌면 가장 맛좋은 것이 숨어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의 꿈이었다는 것입니다.
비록 가시투성이지만 그 속에 무엇이 들어있을까 궁금해 했던, 껍질 하나를 벗겨내면 떫은맛을 내는 얇은 막이 나오지만, 그래도 그 속에 어쩌면 가장 맛있는 것이 들어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꿈이 처음으로 밤의 맛을 보게 했을 것이라는 말에 공감을 하게 됩니다.
꿈은 그렇게 갖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가시투성이 속에 가장 맛있는 것이 들어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꿈은 시작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런 꿈이 밤의 맛을 처음으로 보게 하는 것이고요. 꿈은 밤송이의 가시를 헤치게 하고, 떫은맛을 견뎌 마침내 밤의 단맛을 보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가시투성이와 같은 삶속에서도 꿈을 간직해야 할 이유는 충분히 있는 것입니다. 2006.9.4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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