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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전어 굽는 냄새가 그립다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2256 추천 수 0 2006.12.30 11:3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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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전어 굽는 냄새가 그립다
                                                            
모든 것에는 철이 있습니다. 알맞은 때가 있지요. 무엇보다 과일이 그렇습니다. 요즘이야 아무 때나 원하는 과일을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었지만, 과일이 익는 철은 따로 있어 제 철에 익은 과일이 맛도 있고 사람 몸에도 좋다고 합니다.
철은 사람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자기 나이에 맞게 생각이나 행동을 의젓하게 하면 우리는 ‘철이 들었다’고 합니다. 반면 나이에 맞지 않게 미숙한 언행을 하면 ‘아직 철이 없다’고 합니다.    
조금은 뜻밖입니다만, 제 철이 있기는 생선도 마찬가지라 합니다. ‘봄 조기 가을 낙지’라는 말이 있는가 하면,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도 있습니다. 생선의 맛은 지방 함량과 관련이 있어, 몸속에 지방이 가장 많은 철이 가장 맛이 좋은 때라고 합니다.
가을이 제 철인 전어는 봄에 알을 낳고, 부화한 새끼는 여름 내내 각종 플랑크톤과 유기물 을 먹으며 자라 가을이면 20㎝ 정도로 성장을 하는데, 바로 이 때에 지방질이 1년 중 가장 많아지며 뼈도 부드러워서 맛이 가장 좋다는 것입니다.
속담을 찾아보면 전어에 대한 속담이 제법 보입니다. ‘가을 전어 머리엔 깨가 서 말이다’, ‘가을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 돌아온다’, ‘가을 전어는 며느리 친정 간 사이 문을 걸어 잠그고 먹는다’, ‘죽을 결심을 하고 강둑에 오른 사람이 가을 전어를 굽는 냄새에 자살을 포기한다’ 는 속담 등입니다.
전어를 전혀 모르던 사람도 전어에 관한 속담을 보면 절로 그 맛이 궁금해집니다. 전어 굽는 냄새가 얼마나 좋으면 죽을 결심을 하고 강둑에 오른 사람의 마음을 돌리는 것인지, 집 나간 며느리가 다시 돌아오기는 참말로 염치없는 일, 염치를 잊게 할 만큼 사람의 마음을 잡아끄는 그 냄새가 어떤 것일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인 서유구는 <임원경제지>라는 책에서 전어에 대해 ‘찾는 사람들이 돈을 생각하지 않아 전어(錢魚)라고 했다’고 썼고, 한방에서는 전어가 위를 보호하고 장을 깨끗하게 하여 몸속 찌꺼기 배출을 도와 아침마다 붓거나 팔다리가 무거운 증상에도 효과 있다고 하니, 전어는 이미 오래 전부터 그 맛과 효용성을 인정받았던 것 같습니다.
죽을 결심을 한 사람의 마음을 되돌리게 한다는, 집 나간 며느리를 돌아오게 한다는 전어 굽는 냄새가 새삼 그리운 것은, 제 철을 만난 전어 맛에 대한 궁금증보다는 그런 냄새 우리에게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갈망 때문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향기 우리에게도 있어 누군가 좋지 않은 일로 마음이 멀어졌던 이의 발걸음이 다시 돌아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런 마음의 향내 우리에게 있다면 싶어서 말입니다.
이래저래 전어 굽는 냄새가 그리운 계절입니다. 2006.9.8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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