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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 겨울나무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3961 추천 수 0 2007.01.29 02:3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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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보일러를 돌려서는 뒷감당할 재간이 없다. 하여 집 지을 때 무리를 해가며 바닥 난방까지 되는 겸용 벽난로를 들였다. 독뱀이 겨울잠을 잘 때를 기다렸다가 땔감을 물어내렸다. 가파른 뒷산, 미끄러져 뒹굴기도 여러 번. 선녀 대신 쭈그렁 할매들이 나무꾼을 희롱했다. “깊은 산은 혼자댕기는 거시 아니다요. 에미 멧돼지라도 만나믄 우짜실라고. 하기사 수염 땜새 동무 왔냐고 쌍수로 반길랑가도….”

십여 년 살았던 목사관도 군불 때는 아궁이를 고집했다. 광부 쥐가 굴착 작업을 열심히 해대는 통에 연기 속에서 눈도 못 떴지. 이십대부터 사십대까지 나는 세상을 거꾸로 살며 땔나무를 해댔다. 나무에게 빚진 신세라 묘목을 심기도 참 많이 심었어. 늙고 장엄한 나무를 보면 반드시 예를 갖춘다. 명절마다 당산나무에게 막걸리 꼭 한 말씩.

나무야 나무야 겨울나무야, 추운 날 벌판에 홀로선 나무를 보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폭염 아래 선선한 그늘을 안겨줌도 모자라 맵찬 북새바람까지 막아주는가. 종내는 아궁이를 훈훈히 데워주다가 한 줌의 재로 사라지는 친구여.

〈임의진 |시인·목사〉 2007.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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