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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외등
당호를 지을 때 돌아올 회(回) 신선 선(仙)자를 써서 ‘회선재’라 하였다. 신선이 돌아오긴 왔는데, 옛서화처럼 팔자 늘어진 신선은 아니다. 글을 써서 벌어먹고 살 수 없다는 건 이 바닥사정을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일터. 궁궁한 밥벌이 찾아 헤매다 외유가 길어지고는 한다.
까칠한 성품 탓에 가족과 헤어져 홀로 연명하는 산방살이. 누가 그립다고 기를 쓰며 돌아오는지. 외등이 불켜진 초저녁 마을. 노령산맥에서는 가장 높은 산이라는 병풍산. 먼산주름 흘러오다 얕은 봉우리 아래쪽에 내 거처가 있다. “통 안보이덩만 어디 나가 살었능갑네? 춥다고 내빼부렀나 그랬재.” 아랫골 용채 아재가 털복숭이 견공을 앞세우고 명매기걸음이다.
외등만 나를 기다린 것이 아니었구나. 내가 집에 있나 없나, 언제 돌아올까 염려하고 계셨단 말씀인가. 객지로 길나선 모든 이들을 그렇게 기다리고 섰는가. 그리워서 달아오른 따뜻한 외등, 이 밤도 동구 밖에서 저리도 환한 기다림들.
(글 그림/ 임의진 시인.목사)
<경향신문 2월 1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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