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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눈 녹은 물로 개울이 찰찰거렸는데 오늘은 비까지 내린다. 봄비로구나. 누구 노랫말처럼, 나를 울려주는 봄비. 이거 집에 가만있을 수 있나. 헌데 막상 나가자니 쩐이 없네 쩐이. 그럼 파전이나 부쳐 먹을까. 에잉 이젠 또 부침가루가 없네. 그냥 두벌잠이나 한숨 때릴까? 빗소리가 쿵쾅쿵쾅 가슴을 치네. 이 통에 잠이 오겠니 오겠어. 비구경이나 하자구.
창밖에 반가운 친구들 보이네. 산새 두 마리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고 있다. 짝꿍인 모양이지. 냉장고도 없이 하루 벌어 하루 먹는 너희들. 비 내리는 통에 오늘은 굶는 거 아닌지. 금방 그칠 비도 아닌데 이왕 깃든 몸, 편히 쉬었다 가려무나. 바스락장난도 못치고 살살 창문을 닫았다.
머잖아 아기 새들 데리고 나들이 오겠지. 머잖아 봄꽃도 우르르 피겠지. 밖에는 봄비가 하염없고, 나는 숨죽이며 기대할 따름이다. 이 비가 그친 뒤 마주치게 될 모든 찬란한 것들, 성성히 끝내 살아남아준 것들. (*)
(글 그림/ 임의진 시인_목사)
<경향신문 2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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