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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갈이 논갈이로 달달달 새벽부터 들려오는 경운기 소리.
소음이라고 할 순 없다.
큰 찻길도 없고 기차역도 없는 이곳.
열 두 달 꼬박 농사짓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아시다시피 농사지을 맛이 나는 현실인가.
그래도 땅을 묵힐 수야 없는 노릇.
농사를 포기하는 건 상상조차 못해봤을 분들.
거저 빛을 뿌리고 물을 내려주는 하늘에 대한 예의도 아닐뿐더러.
속을 아는 건가.
새들도 전과 달리 서럽게 우는구나.
“호루루루 어찌 살꼬, 호루루루 뉘랑 살꼬…”
점심 차려 먹고 운동차 호미를 들고서 밭고랑에다 해바라기씨를 뿌렸다.
올 여름에는 해바라기랑 살사와 탱고를 추어야지.
두고 보시라.
소피아 로렌의 해바라기, 고흐의 해바라기와 견줄 만큼 빛나는 꽃숭어리를 구경하게 되리라.
해바라기는 장맛비에도 결코 주눅 들거나 굴하지 않고 야무지게 고개를 세운다.
검은 먹구름 너머로 붉은 태양이 있음을 한시도 잊지 않는다.
암담하고 참담한 시절을 견디는 벗들의 집집마다 해바라기를 심어주고 싶다.
아니 그들이 벌써 해바라기인지도.
〈임의진/목사·시인〉
경향신문 2007년 04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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