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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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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씨 영감님댁 창고에는 소달구지가 있더라.
“과거에 쇠양치를 두 마리나 키웠재. 거름 낼 때 저거 없었으믄 등짐을 져야 썼재. 그랬다간 허리가 작살나서 시방 뭉그고 기어 댕겼을 것이여.”
소를 키우실 땐 소가 농사의 절반 몫을 일했다. 나도 어려서 들일에 나선 소들을 자주 보았다. 밟을까 소똥을 피해 다녔고, 쇠똥구리는 날마다 룰루랄라. 그러던 소가 언제부턴지 들녘에 보이지 않았다. 기계들이 일을 대신하고, 사람들은 소를 고깃덩어리로 여겼다. 영험한 눈망울을 기억하는 이는 몇이나 될까. 철창에 갇혀 몹쓸 사료를 먹다가 피를 쏟고 죽어가는 소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짠하다.
영감님 돌아가시면, 저 달구지는 불쏘시개가 되거나 어디 골동품상에 팔리든지 하겠지. 소가 다시 달구지를 끌고 언덕을 오를 일은 없으리라. 나는 아름다운 추억이라도 있어서 다행이지만 우리 아이들은 무슨 죄냐.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이 고기 못 먹어서 환장을 한 머시긴가. 대체 문명은 우릴 어디로 데려가는 걸까. 문득 들에서 쟁기질 하는 황소가 보고싶구나.
〈임의진|목사·시인〉
입력: 2007년 05월 30일 18: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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