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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 무덤꽃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4014 추천 수 0 2007.06.15 16: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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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산에 무덤이 여럿이다. 찔레꽃이 촘촘히 핀 산길을 걷다보면 둥두렷한 무덤들을 만나게 된다. 병치레 잦아 서럽게 죽은 이는 무덤에 새들이 자주 찾아와서 울어준다. 새들이 마치 상주같다. 소박하게 살다 죽은 이의 봉분은 애기 무덤처럼 낮다. 허송세월과 허세는 비슷하여, 욕심쟁이들은 봉분 또한 높고 발만스럽다. 새들도 그런 무덤에는 찾아가 울어주지 않는다.

쌀뜨물처럼 하얀 얼굴의 처녀귀신은 구경 못했다. 내가 강심장이라 그러기도 하겠지만, 무덤 곁에서 살아주는데 고맙다고 영화표라도 한 장 갖다 바쳐야 할 입장인지라.

체증이 심해 명치께가 아프던 날, 쉬엄쉬엄 뒷산에 올랐는데 연노란 댑싸리가 무덤같이 동그랬다. 파다가 이름모를 무덤 앞에 심어주었지. 혼자 누운 무덤이 외로워 보이더라. 살아서 단짝이 없었던가. 둘이 나란히 누운 무덤을 보면 참말 부럽다. 죽어서도 손을 잡고 누웠구나. 할멈 영감 지겹지도 않나. 저승까지 닭살이야. 나는 죽으면, 화장을 하여 먼지가 되리라. 그대가 밟고 지나가는 길이 되리라. 한줌 흙으로 섞여 대지를 찰지게 하리라.

〈임의진|목사·시인〉  
입력: 2007년 06월 06일 18:2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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