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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전화 한 통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3621 추천 수 0 2007.09.10 20:4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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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새들 누고 간 똥이 현관 앞에 질펀하다. 방안에 있는데 띠알때알 거리더라니. 뉘 집 흉을 그리 보고 간 게냐. 칭찬에 표창을 하진 못하더라도 흉은 보지를 말거라. 이 몸 게을러서 마당이 풀밭 되어버렸어도, 누구 부부싸움으로 밥그릇이 마당까지 날아갔대도, 건넛마을 홀아비 영감탱이 농약을 마셨어도, 택시 값이 천원 인상되었다고 천원어치 더 태워 달라 버틴 아짐씨 이야기며, 재미는 있더라만 흉 볼 일은 아니구나.

전화벨 울리는 소리보다 새소리가 훨씬 잦은 밤, 자식네서 걸려온 전화 한 통으로 시름이며 고달픔 모두 씻어낸다. “잘 사냐. 아그들은… 아침 믹여서 학교는 보내냐. 애비는 요새 으짜냐. 어디 아픈 데는 없냐. 김치는 안 떨어지고 있냐? 부쳐 주까잉?” 딸깍 전화가 끊어지면 일단 한번 눈물을 훔친다. 멧새도 처마 밑에 잠들려다 동시에 눈물을 떨군다. 저도 엄마 생각이 나서다.

그깟 전화 한 통 못하고 바삐 사는 자식들이 뭐가 좋다고, 노인들은 보리타작 끝나자 미숫가루를 만들고 있더라. 공부하는 손자들 간식이라도 먹여야 되겠다며.

〈임의진|목사·시인〉  2007년 06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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