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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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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땅 미황사에 가면 아름다운 범종소리를 들을 수 있다. 남녘교회 목사로 있을 때 이웃교회보다 더 가깝게 지낸 절집이다. 범종불사를 한다는 소식에 성령강림절 헌금을 모아 절집에 건넸다. 종소리가 산사를 넘어 세상의 어두운 곳에 명명히 울리기를 기도했다. 그랬더니 우리 교회 교종이 낡아 못쓰게 된 것을 안 미황사에서 새 교종을 달아주었다.
“절에서 교회 종을 달아줬닥 하믄 시상에 누가 믿겄서.”
“절에 종도 우리가 째깐 보탰응게 그나마 면목은 서구만.”
스님 모시고 첫 타종 예배도 가졌다.
“내가 먼저 쳐볼라요.”
“아따매 시님 오셨응게 시님도 한번 쳐보시락 하장께.”
서로 종지기가 되겠다며 난리다가 스님 차례, 다음은 목사 차례.
그 예쁜 교회당을 떠나 나는 산골로 들어와 ‘임씨’로 살고 있다. 가끔 종지기가 되어 울렸던 종소리가 그립다. 산사의 범종소리도 그립긴 마찬가지. 이번 주에는 장마도 깊고, 할일도 없고, 석 삼년 만에 산사로 나들이를 갈까 벼르는 중이다. 가는 길에 남녘교회도 들러 낮게 엎드려 기도해야지. 맑은 종소리가 나를 부른다. 불신하고 다투는 세상, 선하고 다정한 종소리로 귀를 씻고 오리라.
〈임의진|목사·시인〉 2007년 06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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