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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0 사람에 대한 신뢰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2389 추천 수 0 2007.10.17 15: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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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생존자인 프리모 레비가 자기의 경험을 기록한 책 <이것이 인간인가>를 아픈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프리모 레비는 책의 서두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따뜻한 음식과 다정한 얼굴을 만나는' 우리에게 이렇게 묻고 있었습니다. '생각해 보라 이것이 인간인지. 진흙탕 속에서 고되게 노동하며, 평화를 알지 못하고, 빵 반쪽을 위해 싸우고, 예  아니오라는 말 한 마디 때문에 죽어가는 이가. 생각해 보라 이것이 여자인지. 머리카락 한 올 없이, 이름도 없이, 기억할 힘도 없이, 두 눈은 텅 비고 한겨울 개구리처럼 자궁이 차디찬 이가.'
수용소에 갇힌 이들이 그곳을 빠져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굴뚝뿐이었습니다. 샤워실인 줄 알고 알몸으로 들어간 가스실에서 숨을 거둔 뒤 소각장의 연기로, 무(無)속으로 사라지는 것뿐이었지요.
운 좋게도 바로 가스실로 보내지지 않은 젊고 건강한 '경제적으로 유용한 유대인' 들의 운명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그들의 대부분은 '노동을 통한 멸절' 정책에 의해 추위와 극도의 배고픔 속에서 중노동에 시달리다가 기운이 다하면 연기로 사라졌습니다. 수용소에서 수인들의 평균수명은 고작 3개월이었습니다.
수용소는 이유가 없는 곳이었고, 질문이 불가능한 곳이었고, 대답이 없는 곳이었습니다. 깨어날 때의 날카로운 고통으로 하여 꿈을 꾸는 것조차 슬픔이 되고 마는, 정상적으로 생각하려는 자신을 억지로라도 억제하여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존재해야 생존이 가능한, 수용소는 인간을 동물로 격하시키는 거대한 장치였을 뿐이었습니다.
'아우슈비츠가 있다. 그런데 신은 그곳에 있지 않았다.'
아우슈비츠에서의 시간을 신의 부재라고 단정한 프리모 레비는 무엇으로 그 고통의 시간을 견딜 수가 있었을까요. 그에 관한 프리모 레비의 대답 중에서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암흑과 같은 시간에도 내 동료들과 내 자신에게서 사물이 아닌 인간의 모습을 보겠다는 의지, 그럼으로써 수용소에 널리 퍼져 수인들을 정신적 조난자로 만들었던 굴욕과 부도덕에서 나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고집스럽게 지켜낸 것이 도움이 되었다."
언젠가 한 후배가 찾아와 살아가며 어떤 것이 가장 힘드냐고 제게 물은 적이 있었습니다. 망설이다 대답했던 말이 '사람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리지 않는 것' 이란 대답이었습니다. 제겐 정말로 그랬습니다. 살아가면 갈수록 사람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리지 않는다는 것이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그렇다고 사람에 대한 신뢰를 포기한 채 제 길을 걸어갈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암흑과 같은 시간에도 동료들과 자기 자신에게서 사물이 아닌 인간의 모습을 보겠다는 의지로 죽음의 시간을 견뎠다는 프리모 레비의 증언이 소중하게 들립니다. 어려울수록 우리가 버려서는 안 될 것은 사람에 대한 신뢰였습니다.  2007.1.27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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