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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1. 광고와 독백뿐인 세상이라면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2260 추천 수 0 2007.10.17 15: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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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동남아시아의 풍물을 소개하는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오리로 물고기를 잡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오리를 배에 태워 강으로 나간 어부는 고기를 잡은 장소에 이르러 오리를 강물에 풀어줍니다. 그런데 오리의 모습이 이상했습니다. 오리는 모두 줄로 연결이 되어 있었는데, 굵은 줄은 오리의 목에도 감겨져 있었습니다.
오리는 물 속으로 잠수하여 열심히 고기를 잡아 올렸습니다. 고기를 잡은 오리는 본능적으로 고기를 삼키려 애를 쓰지만 목에 감겨있는 줄로 인해 고기를 삼킬 수가 없었습니다. 오리가 그러고 있을 때 어부는 줄을 잡아당겨 오리 입에 있는 고기를 바구니에 담았습니다. 열심히 고기를 잡지만 삼킬 수가 없어 번번이 고기를 어부에게 뺏기는 오리들의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습니다.  
아우슈비츠 생존자의 기록에 의하면 죽음의 수용소에 갇힌 이들이 공통적으로 꾸는 꿈이 있답니다. 사실 수용소에 갇힌 이들은 꿈꾸는 것을 힘들어합니다. 생존 이외의 그 무엇도 사치처럼 여겨지는 수용소의 절망적인 현실에 비해 꿈에 나타난 세계는 너무나도 달라 꿈에서 깨어날 때의 고통이 너무도 크고 아프기 때문입니다. 어떤 희망도 없다는 현실만을 인정해야 그나마 버틸 수가 있는데 꿈은 자유롭게 생각의 날개를 펴고 한순간 수용소 밖의 세상으로 이끄니 꿈을 깰 때마다 느끼는 고통이란 때마다 칼로 베이는 듯한 고통이었습니다.
꿈이 고통스럽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반복해서, 공통적으로 꾸는 꿈이 있다는 것입니다. 꿈속에서 그들은 꿈에도 그리던 가족이나 친구들을 만납니다.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 같이 음식을 먹거나 차를 마시면서 자신들이 겪었던 극심한 고통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요.
언제 한 번 누구에게조차 이야기할 수 없었던 고통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면 누구라도 귀담아 들어주어야 할 텐데 아무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가족도 친구도 등을 돌려버리거나 자리를 뜨고 맙니다. 꿈속에서조차도 아무도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없는, 그것이 바로 죽음의 수용소에 갇힌 이들이 공통적으로 꾸는 꿈이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광고와 독백이 판을 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만 친절하고 다정할 뿐, 그 아래를 흐르고 있는 것은 차가운 계산인지도 모릅니다. 늦은 시간 지하철을 타면 거의 모든 이들이 핸드폰을 들고 누군가와 통화를 하든지 어딘가로 문자를 보내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들의 모습을 통해 외로운 군중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말하는 자는 있는데 귀담아 듣는 자가 없는 외로움의 짙은 그늘을 보게 됩니다.  
따로 갇혀있지 않을 뿐, 아무도 내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는 사람이 없는 삶을 산다는 것은 죽음의 수용소의 삶과 크게 다를 것이 없는 삶이었습니다. 번번이 고기를 뺏기면서 자맥질을 하는 오리와 크게 다르지 않아, 분주하긴 하나 무엇 하나 만족을 얻지 못하는 삶과 다르지 않은 것이지요.
우리의 삶이 광고와 독백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우리의 삶이란 죽음의 수용소의 삶과 크게 다를 것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2007.2.17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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