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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3.그리운 선생님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2170 추천 수 0 2007.11.08 23:2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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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해 보면 어릴 적 내 살던 동네의 중심에는 두 가지가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하나는 우물이었고 하나는 예배당이었습니다.
우물은 생활의 중심이었습니다. 집집마다 아침과 저녁으로 우물가를 찾아 물을 길어왔는데 물을 길러 나가면 동네 사람 누구라도 만날 수가 있었습니다. 우물에서 만나는 동네 어른들은 다 내 아버지 같았고 우리 어머니 같았지요. 어머니들은 쌀을 씻으러 나왔고, 더운 날 우리들은 등목을 하러 찾았습니다. 우물은 맑고 깊은 샘이어서 마을 사람 모두에게 필요한 물을 언제라도 모자람 없이 전해 주었습니다.
우물이 생활의 중심이었다면 예배당은 마음의 중심이었습니다. 그것은 신앙의 유무와는 크게 상관이 없는 일이어서 새벽에 치는 예배당의 종소리가 마을 전체의 자명종 역할을 했던 것과 비슷한 의미로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유년의 기억 중에 예배당과 관련된 기억이 있습니다. 어느 해 여름인지 비가 몹시 내리던 수요일 오후였습니다. 그 때 수요일에는 어린이들을 위해 예배를 드리고 있었는데, 무엇보다도 이야기에 목마른 우리들이 즐겨 찾던 시간이었습니다. 선생님들이 들려주시는 이야기가 우리의 가난한 마음을 채워주었으니까요.  
그 날은 뭔가 이상했습니다. 시간이 지났다 싶은데도 종소리가 들리지를 않았습니다. 빗소리에 지워진 것인지 정말로 종을 치지 않은 것인지는 알 길이 없었습니다. 어린이예배를 위해서도 종을 쳤거든요. 뗑그렁 뗑그렁, 제법 높이 매달린 종에서는 그윽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답니다. 망설이다가 예배당으로 달려갔습니다. 그 때만 해도 왜 그리 우산이 귀했는지, 비를 쫄딱 맞은 채였습니다.
비 어둠이 일찍 내린 허름한 예배당 현관에 들어서니 아무도 없었습니다. 신발장에 신발이 하나도 안 보였으니까요. 그러나 아무도 없는 게 아니었습니다. 빗물을 털고서 텅 빈 예배당 안으로 들어섰을 때 저만치 선생님 한 분이 제단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하고 계셨습니다. 아마도 선생님은 예배당 앞쪽에 있는 작은 문으로 들어오신 듯 했습니다.
거기까지 일뿐, 더는 기억에 남아있는 것이 없습니다. 선생님의 이름과 얼굴, 그날 선생님과 둘이서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도 남아있질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날 그 선생님은 지금까지 제 기억 속에 남아있습니다. 비가 몹시 내리던 수요일 오후, 아무도 오지 않는 예배당을 기도로 지키고 계시던 모습은 남아있습니다.
제 마음속에 남아있는 선생님은 제게 이렇게 말씀하고 계십니다.
‘얘야, 대단한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란다. 무엇보다도 네 자리를 지키렴. 네가 있어야 할 자리를 지키는 것, 그것이 중요하고 아름다운 것이란다.’
누가 있든 없든, 보든 안 보든 묵묵히 내가 있어야 할 자리를 지키는 이 시대의 선생님은 어디에 계시는 걸지, 스승의 날을 맞으며 문득 주변을 둘러보게 됩니다.
2007.5.14ⓒ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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